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나섰다가 남성 2명에게 납치됐던 20대 여성이 범행 이틀 만에 가까스로 풀려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인터넷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A씨(23·여)를 납치해 감금한 뒤 몸값을 요구한 혐의(인질강도)로 김모씨(30)와 허모씨(26)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10일 유명 인터넷 구인사이트에 ‘사무직 및 보조, 월수 200만~250만원’라는 내용의 글과 연락처를 남겼다.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이직을 준비하던 A씨가 김씨에게 연락했고, 이들은 16일 오후 7시10분께 서울 성북구 지하철 6호선 보문역 앞에서 만났다. 이어 김씨는 “차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하자”면서 자신의 승합차에 A씨를 태우고 중랑구 망우리 공동묘지에 차를 세우고는 A씨에게 “조용히 해라. 반항하면 죽인다”고 협박한 뒤 A씨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으로 5000만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허씨는 그대로 차를 몰아 경북 칠곡의 한 모텔에 A씨를 감금했고, 김씨는 서울에 남았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후 3시께 A씨 부모가 1000만원을 입금하자 동대문구, 중랑구, 중구, 광진구 일대 편의점 현금인출기에서 610만원을 인출했다.

편의점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해 김씨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경찰은 이날 오후 7시45분께 동대문구 용두동 도로에서 김씨의 오토바이를 발견, 2.5㎞를 추격한 끝에 김씨를 검거하고, 감금 장소인 경북 칠곡 모텔에 있던 허씨도 붙잡았다. A씨는 납치된 지 53시간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카드론 대출과 전 애인에게서 빌린 돈 등 5300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