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한일재단 공동 캠페인] 중소기업 기술문제 이렇게 풀자(7) "日 기술자 영입하니 끊겼던 거래 되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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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봉을 제조하는 국일신동(대표 김경룡)은 지난해 말 급하게 숙련 기술자를 찾아 나섰다. 거래처에서 품질 문제를 제기하며 "거래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 품질 개선을 도울 기업이나 인재를 찾기 어려웠다. 일본에는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 기술자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회사는 수소문 끝에 일본 삼보신동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니노미야 아키타카 씨(71)를 만났다. 지난해 11월부터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을 통해 자금도 지원받았다. 국일신동은 품질 문제를 한달여 만에 개선해 끊어졌던 거래를 다시 살릴 수 있었다.
22일 경기 안산시 성곡동에 있는 국일신동 공장에서 만난 김경룡 대표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한번에 병명을 알아내는 게 '명의' 아니겠냐" 며 "니노미야 씨는 오랜 경험과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속 조직 사진을 보고 원인을 금방 분석하고 품질 문제를 해결하더라. 그와 더 많이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일신동은 금속을 가공할 때 그 형태가 제대로 퍼지지 않는 고질적인 품질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니노미야 씨는 이에 대해 "아연을 더 넣고 열가공 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확신했다. 이에 앞서 그는 금속을 잘라 사진을 찍고 성분을 분석한 뒤 자신이 쌓아놓은 '불량 데이터'와 이를 개선한 사례를 대조해 해결책을 금방 찾아냈다.
이성우 영업부 이사는 "'국일신동 제품은 못 쓰겠다'던 기업에 '일본 기술자로부터 지도받아 개선했으니 테스트 해달라' 했더니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며 "작년 12월 이후 월간 거래량이 50t, 100t, 200t 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니노미야 씨는 국일신동에서 한달에 5일 정도 기술 지도를 하고 있다. 그는 출근하면 생산 현장부터 찾아 이전에 지적했던 사항을 점검한다. 고객사로부터 불량 제품에 대한 항의가 들어오면 '해결사' 노릇도 한다. 제품 조직도를 분석해 문제의 원인이 국일신동 측에 있는지, 황동봉을 2차로 가공한 업체 탓인지 밝혀낸다.
그는 네 단계였던 공정을 세 단계로 줄이기도 했다. 열처리 공정을 둘에서 하나로 줄여도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줬다는 것. 곽준원 생산팀 과장은 "테스트를 위한 금속 절단량도 세심하게 조절해주기도 했다" 며 "이를 통해 생산성이 15% 가량 향상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니노미야 씨는 일본에 돌아가서 현지 업체나 금속 등에 대한 정보도 가져온다.
국일신동은 일본 기술자 영입 이후 3.5mm 크기의 황동봉 개발에도 성공했다. 특히 납이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제품인 '무연 황동'도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품질 개선과 신제품 등의 판매를 통해 올해 매출이 작년 316억 원에서 1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산=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