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유네스코 창의도시 '전주'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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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전통·조화 높은 평가…어설픈 과학보다 문화가 중요
이덕환 < 서강대 교수·대한화학회 회장 duckhwan@sogang.ac.kr >
이덕환 < 서강대 교수·대한화학회 회장 duckhwan@sogang.ac.kr >
과거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풍성해진 식탁을 마주하는 우리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식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식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등장한 식품회사는 소비자의 안전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 과학으로 식탁의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정부와 전문가의 호언장담도 믿기 어렵고,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는 오히려 불안을 부추긴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가득 채워져 버렸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과학’을 강조한다. 식품의 과학적 특성과 식품 가공에 쓰이는 첨가물에 대한 과학을 충분히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결정된 1일 섭취 허용량(ADI)만 지키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명백한 과학은 외면하고, 근거 없는 소문이나 선정적 보도에 빠져드는 소비자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식품 과학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천연’ 물질과 ‘인공’ 물질의 임의적인 구분도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완벽한 안전성은 불가능하고,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계적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식품과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확한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가공식품의 표식에 빼곡하게 인쇄된 성분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 정보가 언제나 정확하고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문가와 정부가 과학을 핑계로 자신들의 관심은 애써 외면하면서 식품회사를 편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과학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의 정형화된 설명도 문제다. 화학 성분과 그 효능을 강조하는 것이 전부다. 불포화 지방이 많은 오리 고기와 등푸른 생선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레시틴과 알파토코페롤이 풍부한 두부가 어린이의 성장, 두뇌 발육, 치매 예방에 좋다는 식이다. 모두 최근 언론에 소개된 영양학자들의 발언이다. 동의보감의 효능을 들먹이는 한의사도 흔하다.
화학 성분과 애매한 효능을 연결시켜 식품의 기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과학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식품위생법의 허위·과장 광고 금지 조항을 넘나드는 위험한 설명이고, 소비자들에게 식품과 의약품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소비자들이 식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도 잘못된 식품 과학과 무관하지 않다.
식품의 진정한 가치는 과학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 전주가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지정된 것은 전주 음식의 과학성 때문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의 ‘전통’, 개운한 국물의 ‘맛’, 그리고 식자재의 ‘조화와 균형’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음식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역시 건강에 좋아서가 아니라 개인과 이웃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기에 좋은 문화적 전통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식품은 문화와 전통의 산물이다. 우리 조상들이 발효의 과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하고, 어설픈 과학 용어를 앞세워 애매한 기능성을 강조하고, 과학적인 1일 섭취 허용 기준이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고 착각을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식품 과학일 수는 없다. 식품과 과학의 이성적인 만남이 필요하다.
이덕환 < 서강대 교수·대한화학회 회장 duckhwan@sogang.ac.kr >
정부와 전문가들은 ‘과학’을 강조한다. 식품의 과학적 특성과 식품 가공에 쓰이는 첨가물에 대한 과학을 충분히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결정된 1일 섭취 허용량(ADI)만 지키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명백한 과학은 외면하고, 근거 없는 소문이나 선정적 보도에 빠져드는 소비자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식품 과학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천연’ 물질과 ‘인공’ 물질의 임의적인 구분도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완벽한 안전성은 불가능하고,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계적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식품과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확한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가공식품의 표식에 빼곡하게 인쇄된 성분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 정보가 언제나 정확하고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문가와 정부가 과학을 핑계로 자신들의 관심은 애써 외면하면서 식품회사를 편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과학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의 정형화된 설명도 문제다. 화학 성분과 그 효능을 강조하는 것이 전부다. 불포화 지방이 많은 오리 고기와 등푸른 생선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레시틴과 알파토코페롤이 풍부한 두부가 어린이의 성장, 두뇌 발육, 치매 예방에 좋다는 식이다. 모두 최근 언론에 소개된 영양학자들의 발언이다. 동의보감의 효능을 들먹이는 한의사도 흔하다.
화학 성분과 애매한 효능을 연결시켜 식품의 기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과학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식품위생법의 허위·과장 광고 금지 조항을 넘나드는 위험한 설명이고, 소비자들에게 식품과 의약품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소비자들이 식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도 잘못된 식품 과학과 무관하지 않다.
식품의 진정한 가치는 과학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 전주가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지정된 것은 전주 음식의 과학성 때문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의 ‘전통’, 개운한 국물의 ‘맛’, 그리고 식자재의 ‘조화와 균형’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음식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역시 건강에 좋아서가 아니라 개인과 이웃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기에 좋은 문화적 전통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식품은 문화와 전통의 산물이다. 우리 조상들이 발효의 과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하고, 어설픈 과학 용어를 앞세워 애매한 기능성을 강조하고, 과학적인 1일 섭취 허용 기준이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고 착각을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식품 과학일 수는 없다. 식품과 과학의 이성적인 만남이 필요하다.
이덕환 < 서강대 교수·대한화학회 회장 duckhwan@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