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기금 20곳과 공공기관 10곳에서 5000억원을 갹출해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펀드’를 조성한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기금·공공기관의 여유자금을 기업은행 등에 맡길 때 기존 경쟁입찰 금리(연 4.05%)가 아닌 코리보(시장평균조달금리) 연 3.65%를 적용해 생기는 금리차익(0.40%포인트) 20억원에다 은행이 20억원을 보태 40억원의 재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돈으로 오는 8월부터 연 1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쓰는 유망 중소기업 1000~2000곳의 대출이자를 1~2%포인트(하한선 연 9.95%) 깎아주기로 했다. 펀드자금 5000억원도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물론 중소기업 지원책의 취지를 의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부처마다 뭔가 대책을 내놓기 위해 온갖 궁리를 쥐어짜는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중소기업 수가 300만개를 넘고 이 중 제조업만 해도 32만개에 이른다. 중소기업 대출금이 445조원에 달하는데 고작 40억원으로 이자를 얼마나 깎아주겠는가. 중소기업의 평균 대출금 2억원의 이자를 최대 2%포인트 낮춘다 해도 업체당 돌아갈 혜택은 고작 연간 200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코끼리 비스킷과 같은 나눠주기 지원책만 하나 더 늘리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1400여개에 달하는데 효율성이 의문시된다는 게 산업연구원(KIET)의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나눠주기식 지원이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의존적인 대책이 자꾸 늘어나니 중소기업들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만 깊어질 뿐이다. 중소기업 정책의 진짜 문제는 지원책 부족이 아니라 집행이 비효율적이고,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혁신 의지를 감퇴시키는 게 대부분이란 점이다.

더구나 기금과 공공기관 30곳을 동원한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행정편의가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 등 기금은 주인이 따로 있다. 여윳돈 있다고 공무원이 멋대로 이래라저래라 해도 되는 돈이 아니다. 재정부는 섣부른 중기 대책 대신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외 경제환경이나 제대로 살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