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유로존을 탈퇴하는 ‘도미노 붕괴’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2009년 12월4일 발효된 리스본조약(유럽통합조약)으로 완성된 ‘유럽합중국’체제가 2년반 만에 해체위기에 직면한 것. 전문가들은 △메르콜랑드의 해법 △그리스 재선거와 위기의 도미노 현상 △퇴출비용 등을 3대 변수로 꼽고 있다.

◆‘메르콜랑드’가 해체 막을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첫 회담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길 희망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올랑드 대통령은 신재정협약을 재협상해야 하며 성장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면충돌은 피했다.

독일도 완강하게 반대했던 유로본드 발행계획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 유럽투자은행(EIB) 자금을 확대하는 방안에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재정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유로존 양대강국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도출한 것이다.

두 나라가 정면충돌보다는 적절하게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두 정상이 키스인사는 하지 않고 악수만 했지만 어쨌든 메르콜랑드(메르켈+올랑드) 듀엣의 유럽 구하기는 시작됐다”고 평했다.


◆그리스 재선거와 위기의 도미노

그리스는 연립정부 구성에 끝내 실패했다. 이르면 내달 10일 총선을 다시 치르게 되면서 구제금융 협상 파기를 주장하고 있는 급진좌파 시리자 등이 세를 불릴 가능성이 크다. 이들 반(反) 긴축파가 득세하면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선언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에 대해 “그렉시트(Greece+exit·그리스의 유로존 퇴출)는 꽤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여론조사 결과 그리스인들의 80%는 유로존에 잔류하길 원하지만 긴축은 완화되길 바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 혼란이 남유럽 각국의 도미노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유럽과 IMF의 지원금이 모두 손실처리(사실상 탕감)될 경우 앞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 대한 지원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세계 3위 채무국인 이탈리아 금융불안이 증폭됐다”며 “긴축정책이 경기를 둔화시키면서 국민적 저항이 커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미 제2의 그리스로 지목되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선 유로존 퇴출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투매와 자국은행 자금의 해외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스 퇴출비용만 1480조원?

유로존이 그리스 퇴출에 따른 손실을 감내할 수 있을지도 이슈다.

IMF는 그리스가 드라크마화를 도입할 경우 15~30%가량 평가절하를 해야 산업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평가절하할 경우 국가부채가 늘고 대규모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UBS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50%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에 미치는 충격파도 문제다. 독일 Ifo경제연구소는 그리스 구제에 사용한 각국 정부의 매몰비용만 350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그리스 손실분만 1600억유로에 이르고 민간 부문 손실까지 더하면 손실액은 1조유로(148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유로존을 빠져나가면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