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망이 충분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해당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를 먼저 찾아가 보라”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역임한 자유선진당 소속 김용구 국회의원(72)이 최근 발간한 저서 ‘9988 김용구의 4.0시대 중소기업 이야기’(해맞이미디어·301쪽·1만5천원)에 나오는 조언이다.

선교사를 찾아 보라대는 이유가 있다. 중소기업 해외개척 담당자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 들어가 시장조사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반면 선교사들은 현지에 일찍 들어와 이미 현지어를 익혔고 현지의 상거래 관행도 누구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문을 구하면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인 정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저서에서 캄보디아 푸놈펜에서 활동 중인 김성만 선교사는 한 달에도 여러 명의 한국 중소기업가들을 만나 현지인들과의 상담을 도와주며 한국 중소기업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 책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경영조언 뿐 만 아니라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지만 독자적인 기술 및 경영 노하우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둔 중소기업들이 실명으로 언급돼 있다.

갭 랄프로렌 아메리칸이글 등 세계적인 의류브랜드를 주문생산하는 한세실업,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모자를 생산하는 다다C&C, 지방시 DKNY 등의 가방을 제조하는 시몬느, 우수한 기술력에다 친화력을 앞세워 중국시장까지 파고 들어간 사출성형기업체 우진세렉스, 일본 MK택시만큼 서비스가 좋은 전남 순천의 남도교통 등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가 소개돼 있다.

책의 후반부는 국가 경제기여도는 높은데 반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위상을 설명하면서 향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떤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저자는 책 제목인 ‘9988’을 통해 중소기업의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숫자는 3,066,484개(1인 이상 기준)로 전체 기업 중에서 99,9%, 고용인원은 총 11,751,022명으로 87.7%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전체산업에서 기업체 수의 99%, 고용인원의 88%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9988’이란 말이 이해될 것이라며 저자는 중소기업의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요구한다.

그러면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4.0시대를 맞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대등한 눈높이로 바라보면서 함께 살아가자는 생존전략을 말할 때 (대기업-중소기업간)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저자는 제언한다.

‘뼛속까지 중소기업인’을 자부하고 있는 저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호주기업과 합작, 카누 카약 조정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설립했다. 1990년에는 자원개발회사인 (주)신동을 세워 지금도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중소기업중앙회 22대 회장을 지냈고 18대 국회에 진출,일자리 창출 및 중소기업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의원은 저자 후기를 통해 “(중소기업 대표이사에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중소기업의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결리고, 어디가 쓰라리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소상히 알 수 있었다”며 “이 책은 우리 기업의 미래를 위한 하나의 밑그림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영 한경중소기업연구소 부소장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