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는 인생 100세 시대의 새로운 절반을 맞는 시기다. 인생 1막을 정리하고 행복한 2막을 위해 새롭게 무대를 꾸며야 한다. 오랫동안 친숙해진 자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다시 구성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자산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진정한 부자는 집이나 물건을 남보다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가지고 홀가분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100세 시대에 50대라면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을 산 셈이다. 행복한 2막을 위해 적극적인 변화를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자산·부채 상태표를 만들고 가용 자산을 따져보자

50대는 일생 중 소득이 가장 많고 자산도 가장 많이 축적하는 시기다. 그러나 향후 소득이 줄어들 것이므로 안정적인 은퇴생활을 위해서는 먼저 현재 보유 중인 자산과 부채의 종류 및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크게 현금성 자산, 투자자산, 사용자산, 기타자산 등으로 구성된다. 부채는 단기 부채와 장기 부채로 나뉜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 보통예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용도 계좌의 자금과 만기 6개월 이내인 예·적금이 포함된다. 투자자산은 주식이나 펀드 적립금, 저축성 보험, 투자용 부동산 등을 말한다. 사용자산은 사용 중인 주택이나 상가 등 부동산의 시가 또는 임대보증금 등이며, 기타자산에는 퇴직금 예상액, 보장성 보험의 환급금 등이 들어간다. 부채는 신용카드 잔액을 포함한 단기 상환 부채와 주택담보대출 등 장기적인 부채로 구분해 그 종류와 금액을 꼼꼼히 따져보자.

자산·부채 상태표는 작성하는 서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산 종류와 규모를 파악해 부채 상환 계획과 향후 발생하는 재무목표별 가용 자산을 파악한다는 의미가 있다.

○재무목표를 세우고 자금 사용 계획을 수립하라

50대 이후 재무목표는 자녀의 대학 학자금과 결혼자금, 은퇴생활과 창업을 위한 자금, 비상 예비자금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중 자녀를 위한 자금과 창업자금은 비교적 단기 집행 가능성이 높은 일시적 지출인 반면 은퇴생활 자금은 부부의 생활 기간에 배우자 1인의 생활 기간까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할 자금이다.

단기에 필요한 일시적 재무목표 자금을 잘못 집행한다면 긴 시간 암흑의 은퇴생활을 보낼 수도 있다. 자녀 교육자금은 가능하면 현재 소득으로 해결하고 어렵다면 어떤 자산으로 해결할 것인지 미리 결정해둬야 한다. 결혼자금은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집행할 것인지, 창업을 한다면 가용한 자산의 범위가 얼마인지, 은퇴생활을 위해 어느 자산을 얼마나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조화롭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런 계획은 작성된 자산·부채 상태표를 통해 가급적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모으는 게 좋다. 50대는 소득이 가장 많은 시기이자 지출 규모 역시 가장 큰 연령대다. 부부가 가정의 현실적인 재정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면 은퇴 설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은퇴자금으로 사용 가능한 소득원을 찾아라

은퇴자금으로 활용 가능한 소득원에는 근로(사업)소득, 연금소득, 이자소득, 임대소득 등이 있다. 근로소득의 연장에 따른 기간과 수입 규모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며 현재 확보한 연금소득, 이자소득, 임대소득을 검토해야 한다. 연금소득의 종류에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있다. 어디에 얼마나 가입돼 있는지, 연금 개시 연령, 수령 기간 및 금액 등을 확인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에 따라 연금수급 자격 여부와 금액이 달라진다. 기본연금은 20년 이상 가입시 수급 대상이 되지만 최소 10년 이상 가입해도 감액연금 수급 대상이므로 임의가입자로 가입해서라도 자격 요건을 갖춰두는 것이 좋다. 10년 초과 때 1년마다 기본연금의 5%씩 가산한 연금을 평생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으면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단 조기 사망에 따른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퇴직연금의 경우 연금수급 요건은 55세 이상, 가입 10년 이상, 연금 수급 5년 이상이다. 일시금 수령도 가능하지만 은퇴생활을 위해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연금 역시 연금 개시 시점과 연금수령 방법별 연금수령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100세 시대 대비를 위해서는 확정지급형보다 종신지급형이 유리하다.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도 확인해 준비된 자금을 검토해야 한다. 이자소득은 향후 저성장에 따른 금리 인하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은퇴자금을 위한 소득원으로는 부적절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소득은 지속 가능 기간, 공실 발생에 따른 수입 중단 가능성, 리모델링에 따른 비용 투자와 소득 중단을 감안해야 한다. 파악한 소득원들을 정리해 근로소득 외에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재테크로 부족한 은퇴생활 자금은 ‘산(産)테크’로

50대 대부분은 은퇴 후 확보한 소득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재무적 측면에서 은퇴설계란 ‘산(産)테크’를 잘하는 것이다. 자산을 불려가는 방법이 재테크라면 불린 자산으로 고정적 수입을 만드는 것이 ‘산(産)테크’다. 근로를 계속해 은퇴생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한계가 오거나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은퇴 후 부족한 소득을 채우기 위해 자산·부채 상태표의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

먼저 부채 상환과 은퇴생활 자금 확보를 위해 일부 자산을 정리한다. 정리할 자산이 없다면 거주 중인 주택 규모를 줄이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목돈은 매달 생활비가 발생하는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증권사의 연금지급식 펀드나 보험사의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금지급식 펀드는 가입 금액을 기준으로 매월 정해진 금액이나 분배율에 따라 해당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금 손실 위험이 있어 연금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보험사의 즉시연금은 공시이율과 최저 보증금리로 안정적인 은퇴자금을 기대할 수 있다. 생존기간 내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종신형’과 이자를 받다 원금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속형’, 정해진 기간 동안 연금을 받는 ‘확정형’ 등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장점이다. 종신형, 상속형 상품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되므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후 의료비 대책은 미리 준비해야

은퇴 후반부로 갈수록 생활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의료비다. 의료실비보험을 기본으로 정액보장형 건강보험을 준비하면 큰 도움이 된다. 보험 기간은 가급적 길게 설계하는 것이 좋고, 이미 가입한 보장성 보험이 있다면 보장이 끝나는 기간과 보장의 범위를 따져보고 유지 또는 교체를 결정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금융 및 경제환경으로 은퇴를 앞둔 50대의 고민이 깊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은퇴설계는 매우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현석 <교보생명 대구노블리에센터장 action4u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