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中 선생님들의 '십시일반 제자사랑'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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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가슴 훈훈한 장학금 사연
5000원 이상 자발적 기부
체험학습·수학여행비 지원
동문·주변 상인들도 동참
5000원 이상 자발적 기부
체험학습·수학여행비 지원
동문·주변 상인들도 동참
하계중 교사들은 학교가 설립된 1983년부터 소속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장학회를 조직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공립학교라 교사들이 바뀌어도 제자들을 아끼는 전통은 근 30년째 이어졌다.
안봉희 하계중 교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끼니까지 곧잘 거르는 아이들에게 점심이라도 먹이자는 뜻에서 선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던 것이 시초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계중이 있는 하계1동 지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다. 인근의 영구임대아파트(2600가구)는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가장 먼저 들어선 저소득층 대상 임대아파트 중 하나다.
현재도 이 학교에는 복지학생(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과 같은 사유로 점심 등 복지지원을 받는 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이 180명가량으로, 전교생(1500여명)의 12%에 이른다. 서울시내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 올해는 전체 교사 69명 중 61명이 장학금 적립에 참여했다. 5000원짜리 계좌를 형편에 맞게 1개 이상씩 신청하면 월급에서 공제되는 방식이다. 12월까지 전체 모금 예상액은 410만원. 1인당 10만원씩, 총 41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작년에는 51명, 2010년에는 23명이 혜택을 받았다.
지급 시기는 주로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직전으로 학생들에게 ‘목돈’이 필요한 때다. 학생이 스스로 신청하거나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 교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수혜 대상을 선정한다. 안 교장은 “평소에는 교복을 입으니까 표시가 잘 안나지만 외부 행사 때는 형편이 드러나기 때문에 표정이 어두워지는 아이들이 있다”며 “그런 학생들이 교사 장학금을 받고 얼굴이 밝아지고 학교 생활도 더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작은 돈이지만 큰 힘이 된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기록은 2006년 이후 것만 남아있다. 하지만 개교하던 해부터 이런 장학금이 있었다는 걸 졸업생들이 증언한다. 1985년 졸업한 1회 졸업생들은 선생님들을 본받아 2010년부터 매년 100만원씩 후배사랑 장학금을 마련하고 있다. 1회 졸업생 원지훈 씨는 “빈부의 상대적인 격차는 여전하고 이런 현상이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장학금이 더욱 의미가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따뜻한 마음은 주변 상가 등에도 퍼지고 있다. 노원구에 거점을 둔 운수회사 한성여객이 3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이 학교가 작년에 유치한 지역 외부 장학금은 2440만원에 이른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