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리서치인모션(RIM), 샤프, 일렉트로닉아츠(EA), 소니, 닌텐도, 반스앤드노블, 에이서…. 블랙베리와 워크맨, 게임기 위(Wii) 등 히트작으로 한 때 세계 시장에서 명성을 날렸던 이들이 쇠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은 기업과 시장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 적절한 시기에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시장공략 타이밍을 놓쳐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미국의 증권정보 분석회사 ‘24/7월스트리트’는 최근 쇠락하고 있는 정보기술(IT)기업 8곳을 선정해 그들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스마트폰에 밀려…자사 기술 고집도

잘나가던 IT기업이 몰락한 데에는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휴대폰 제조 세계 1위였던 노키아의 몰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키아는 올 1분기에 9억2000만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스마트폰을 포함해 8300만대를 세계시장에 팔아 9000만대를 판매한 삼성전자에 1위자리도 내줬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시대에 둔감했던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모바일 운영체제(OS)도 HTC, 삼성전자 등 주요 단말기 제조회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앞다퉈 도입했지만 노키아는 자체 개발한 ‘심비안’만 고집했다.

RIM의 블랙베리폰도 마찬가지다.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의 대항마로 자리잡자 RIM의 ‘블랙베리’는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미국 시장에서 RIM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16%에서 올 3월 12.3%(컴스코어 조사)로 하락했다.

스마트폰은 휴대폰 외 회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게임기업체 닌텐도는 지난해 자사 게임기인 위의 가격을 50달러까지 내렸지만 판매는 부진했다. 2011년도 연결결산(2011년 4월~2012년 3월)에서 432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스마트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며 값싼 게임은 넘치는데 비싼 게임기를 살 사람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넷북이 주력상품인 대만 컴퓨터 업체 에이서(Acer)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넷북을 대체하면서 지난해 2억120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

◆무리한 사업확장도 한몫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 손해를 본 기업도 있다. 게임개발사인 EA는 지난해 3분기 2억5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피파(FIFA)12’와 ‘배틀필드3’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며 1000만 카피 이상을 팔았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기록이다. 이는 EA가 수억달러를 들여 소셜게임 분야를 뚫으려 노력해왔지만 실패한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소셜게임인 징가에 대항해 ‘심즈소셜’을 내놨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온오프라인 서적 유통업체인 반스앤드노블도 전자책 리더기인 ‘누크’를 내놨지만 애플과 아마존의 태블릿PC 경쟁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1월 말까지 39주 동안 반스앤드노블은 11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손실에 대해 “누크 사업을 확대하면서 광고와 인건비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 폐쇄성도 원인

일본 기업의 경우 폐쇄성이 성공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 꼽힌다. 샤프는 자사의 기술을 자사 제품에만 탑재해 판매했다. 샤프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원했던 소니나 마쓰시타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니는 2004년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S-LCD를 설립해 패널을 공급받기도 했다. 샤프는 4월 연결결산에 46억7000만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보고했다. 샤프의 손실은 주로 LCD TV의 판매 하락 때문이다.

지난해 57억달러의 손실을 낸 소니도 마찬가지다. 다음 회계연도에 64억달러 순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손실은 65년 된 거대 전자회사의 가장 큰 손실”이라고 보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