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리스가 총선 후 정부 구성에 난항을 거듭하자 유럽 각국 중앙은행장은 물론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같은 정부 관료들까지 퇴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퇴출되더라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유럽 상황은 지난해 가을 떠돌던 ‘그리스 국가부도 음모론’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 9월16일 본란에서 이런 소문이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이 그리스 국채에 물린 유럽 은행들이 빠져나올 시간을 주기 위해 당장은 그리스를 부도내지 않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디폴트를 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풀린 돈은 아시아 증시로 흘러들고 유럽 은행들은 유럽 채권투자에서의 손실을 여기서 일거에 만회한다는 게 음모론의 요지다.

음모론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것을 우연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음모론은 이름을 바꾼 전망인 경우도 많다. 요즘 유럽 움직임이 그렇고 연초까지 우리 증시에서 주식을 사모으던 외국인이 최근 매일같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도 의심스럽다. ‘현금지급기’로 불릴 정도로 취약한 우리 시장이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