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자본 중 주식이나 채권 등 수시유출입성 자본의 비중이 신흥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자금의 유입 속도도 신흥국보다 최고 2배가량 빨라 자본 유입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3일 ‘자본자유화 이후 한국의 자본이동 행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본(잔액 기준) 중 장기적인 경영참여 등 직접투자 비중은 17.7%(2010년 말)에 그쳤다. 나머지 82.3%는 주식(41.8%) 채권(22.6%) 차입(17.9%) 등 수시유출입성 자본이 차지했다. 이는 신흥국 평균인 48.8%보다 33%포인트 이상 높다.

정규일 한은 국제경제연구실장은 “경제발전 단계가 성숙할수록 직접투자보다는 주식 채권 등 단기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많이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신흥국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수시유출입성 자본의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시유출입성 자본의 유입속도도 신흥국 평균보다 1.4~2배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유입의 속도는 자본유입 사이클상 고점(분기 국내총생산 대비 자본유입액 비중)과 저점 간 차이를 사이클 기간(분기수)으로 나눈 값이다. 한국은 주식과 채권의 투자자본 유입 속도가 각각 1.0, 1.8인 데 비해 신흥국은 0.6, 1.3에 그쳤다. 차입도 한국은 2.9로 신흥국(2.1)보다 1.4배 빨랐다.

한은은 자본 유입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수시유출입성 자본의 급격한 유출에 대비해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제도적 유인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고성장 국가인 신흥국에 위험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주식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평가 이익이 크지만 신흥국은 선진국의 안전자산인 채권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순손실이 발생한다. 김준일 한은 부총재보는 “외국인은 국내에서 주식투자로 큰 폭의 평가익을 낸 반면 우리의 대외투자 평가익은 미미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