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오는 8월 중대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그리스 8월 디폴트(채무불이행)설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내달 총선을 다시 치러 지지율이 높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집권해 긴축정책을 백지화할 경우 구제금융 지원이 끊겨 8월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를 갚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페인 금융권도 부실자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역시 내년 재정적자가 목표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재정위기를 둘러싼 불안감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그리스 8월 디폴트 맞나

그리스 제1당인 신민주당과 제2당인 시리자에 이어 제3당 사회당(PASOK)도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연정 구성을 위한 마지막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내달 17일께 총선을 다시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13일 각 정당 대표를 소집해 연정구성을 위한 마지막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리자는 참여를 거부했다. 연정 구성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는 17일까지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그리스는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

그리스 한 민영TV의 여론조사 결과 시리자에 대한 지지율이 2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민주당은 지지율 20%로 2위로 밀렸다. 총선을 다시 치를 경우 시리자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시리자가 공약대로 긴축재정을 중단하고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구제금융 지원이 중단되면 이르면 7월 초 그리스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8월 만기가 도래하는 77억유로의 국채를 갚지 못하게 된다. 8월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EU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약속한 긴축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그리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지급이 예정됐던 52억유로 가운데 42억유로만 건네줬다. 10억유로는 지급을 유보했다.

클라우스 레글링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총재는 “시장 참여자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BoA메릴린치는 “그리스가 전면 디폴트에 몰려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진단했다.

◆스페인·프랑스도 심상찮다

‘제2의 그리스’로 꼽히는 스페인은 은행들의 부실자산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 부실이 스페인 재정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자산 기준 3위 은행인 방키아의 부분 국유화를 발표한 데 이어 11일 대대적인 은행 개혁안을 내놨다. 은행들로 하여금 350억유로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도록 하고,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 부동산 자산을 사들여 관리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스페인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 부동산 대출 관련 자산은 184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는 재정적자가 문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프랑스의 재정적자 규모가 EU가 제시한 목표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4.2%로 목표치인 3%를 벗어날 것이란 것. 이에 따라 프랑스도 EU와 재정적자 축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