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18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대형 은행 20.5%→20.0%, 중소 은행 17.0%→16.5%) 내리기로 한 것은 미국과 유럽의 불황 등 대외 경제여건 악화와 내수 둔화를 벗어나기 위한 경기부양책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작년 12월5일과 올 2월24일에도 0.5%포인트씩 지준율을 낮췄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등 통화정책 관계자들은 그동안 지준율 인하나 역(逆)공개시장조작정책 등을 통해 시중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준율 인하가 어느 정도 예고된 셈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중국의 내수경기 둔화세가 뚜렷하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8.1%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4월 산업생산 증가율(9.3%)은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소매판매 증가율도 시장 전망치보다 1%포인트 낮은 14.1%였다. 이는 작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대외 경제여건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스 정치 불안과 스페인 은행권 부실 등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무역도 부진하다. 중국 해관총서가 집계한 4월 중국의 수출과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4.9%, 0.3% 증가했다. 수출 8.5%, 수입 10.9% 증가할 것이란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대(對)유럽 무역액은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본과의 교역 규모는 1.5% 감소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지준율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 4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4%였다.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중국 재정부는 “경제 성장 둔화와 기업 이익 부진 등도 영향을 미쳤다”며 “또 감세정책 탓에 세수가 줄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낮추자 중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인도는 최근 3년 만에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고, 러시아도 1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중국은 기준금리 조정 등 추가적 경기부양 카드는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최근 올 1분기 통화정책 집행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고 예고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