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지난 10일 발표한 20억달러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JP모건 주가는 지난 11일 하루에 9.3% 폭락했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다른 금융주도 동반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감독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투자 손실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인지, 볼커룰(자기자본 거래 제한법) 등 금융 규제에 미칠 영향은 어떤지에 따라 JP모건 사태가 당분간 시장에 메가톤급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이 주시하고 있는 3대 의문점을 정리했다.


○JP모건 손실로 누가 돈 벌었나?

돈을 잃은 사람이 있으면 번 사람도 있게 마련이라는 금융시장의 상식은 이번 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블루마운틴 캐피털매니지먼트, 영국의 블루크레스트 캐피털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들이 JP모건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해 각각 약 3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한 헤지펀드 트레이더는 “이 펀드들 외에 JP모건 사태로 돈을 번 펀드와 은행이 10여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JP모건은 경기가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실적도 향상될 것으로 보고 회사채의 채권부도 위험을 헤지하는 데 활용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대량 매도했다. 이에 헤지펀드들은 올해 초부터 JP모건이 내다 판 CDS를 싼값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겼다. JP모건의 예측과 달리 경기가 다시 악화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에 베팅한 게 적중한 셈이다.

○리스크 헤지인가 투기인가?

문제의 거래는 ‘최고투자책임실’이라고 불리는 부서에서 담당했다. 은행 내 잉여 현금으로 트레이딩 활동을 벌여 금리 리스크 등을 헤지하는 게 본래 역할이다. 하지만 JP모건의 전 임직원들은 이 부서가 리스크를 줄이는 것보다 수익을 높이는 데 더 초점을 맞춰 운용돼 왔다고 입을 모은다. 파생상품 투자에서 비롯된 이번 손실은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와 ‘리스크 헤지’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불분명한지를 보여준다. JP모건은 이번 거래가 리스크 헤지라고 강변하지만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 등 볼커룰 지지자들은 사실상 ‘투기적인 자기자본 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최고투자책임실은 회사 수익에 크게 기여해왔다. 2010년 이 부서 런던 사무실이 낸 수익만 50억달러로 그해 JP모건 전체 순이익의 25%에 달했다. 최고투자책임실이 관리하는 투자자산은 2007년 765억달러에서 현재 3600억달러 이상으로 네 배 이상 커졌다. 당초 6월에 입법화하려다 투자은행들의 반발로 연기됐던 ‘볼커룰’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런던 고래’ 윗선 지시 있었나?

시장은 당초 이번 거래 손실의 책임자로 런던 지점의 트레이더인 브루노 익실(일명 런던 고래)을 주목했다. 하지만 거래의 배후에는 더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일단 익실의 직계 상사이자 최고투자책임실 유럽 책임자인 아킬레스 매크리스가 지목된다. WSJ는 그러나 익실과 매크리스에게 거래를 지시한 건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이나 드루라고 보도했다. 드루는 체이스맨해튼의 리스크 관리 책임자로 일하던 19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에 베팅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 실력파 트레이더다. 2005년부터 JP모건의 CIO로 재직해왔다.

드루가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에 있다는 점에서 결국 책임은 다이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직 임원들에 따르면 다이먼은 종종 투자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다이먼이 이번 거래의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발표를 미룬 게 아니냐는 의문도 일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