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아프리카 수단에서 광주광역시 살레시오 중·고교로 날아든 편지 한 장. 발신인은 ‘살아 있는 성자(聖者)’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원선오 신부(본명 빈첸초 도나티·84)였다.

“과거 한국이 어렵던 시절 그대들의 학교도 도움을 받아 지어진 것처럼 이제 한국의 도움으로 여기 남수단에 학교를 지어주고 싶다.”

그동안 제자들의 숱한 방문 요청에도 “한국에 갈 비행기 삯이면 아프리카 어린이 수천명이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다”며 한사코 거절했던 원 신부였다. 그런 그가 살레시오고 개교 56주년 홈커밍데이에 참석해 달라는 동문회의 요청에 지난 7일 16년 만에 귀국했다. 원 신부는 1981년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을 살레시오중·고교에서 생활했다. 그는 당시 매일 아침 등굣길 교문에서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며 전교생을 맞이해 광주시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승의 귀국에 살레시오중·고교 총동문회가 바빠졌다. 10만여명의 동문에게 소식을 알리고 대대적인 성금 모금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 이 학교 출신 정치인, 연예인도 발벗고 나섰다. 19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백군기 국회의원 당선자(민주통합당·8회)를 비롯해 김재균 의원(무소속·10회), 정양석 의원(새누리당·15회), 이정현 의원(새누리당·16회), 우윤근 의원(민주통합당·16회) 등이 대표적이다. 탤런트 변희봉(1회), 임현식 씨(2회)와 육상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장재근 씨(19회) 등도 성금 모금에 참여했다.

김철남 살레시오중고총동문회 사무국장(25회)은 “이정현, 정양석, 우윤근 의원이나 장재근 씨는 원 신부가 광주에 계실 때 함께 생활했던 학생들”이라며 “후원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동안 아프리카에 성금을 보낼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모금액이 학교 하나를 지을 수 있는 5000만원은 이미 넘었다”며 “후원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모아질 성금도 수시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동문회는 19일 열리는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원 신부에게 직접 성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달 29일 다시 수단으로 떠나는 원 신부는 현재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수도회에 머물고 있다. 원 신부를 수행하고 있는 장동현 살레시오수도회 신부는 “신부님의 귀국 소식을 듣고 수도회를 찾는 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톨릭경제인회도 원 신부님과 만나 남수단 학교 건립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단은 영화 ‘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고(故) 이태석 신부가 헌신적 봉사활동을 했던 곳으로 아직도 종교와 자원 문제로 내전이 계속되는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다. 이 신부와도 각별했던 원 신부는 1982년 케냐를 거쳐 이곳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을 돌보며 ‘작은 학교 100개 세우기’를 목표로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