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외동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유럽 5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딸의 결혼식 음식과 드레스는 순방길에 직접 챙겼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메일로 점검했다. 폴란드에서는 미사일 방어시스템 협정을 체결했다. 국무장관과 ‘신부 엄마’의 역할을 둘 다 해낸 것. 당시 클린턴 장관은 “내가 어디에 있건 딸은 (결혼식)꽃장식 사진 등을 이메일로 보내줬다”며 “외교와 딸의 결혼 준비 모두 중대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12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어머니 20인’을 선정, 발표했다. 클린턴 장관이 1위에 올랐다.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다룰 수 있는 자금의 액수, 중대 사안 결정권 등이 기준이다. 힐러리에 이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2위, 인드라 누이 펩시 회장을 3위로 꼽았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멜린다 게이츠 빌&멜린다 재단 공동대표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정된 20명의 직업은 정부관료·경영인·가수 등 다채롭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대부분이 일과 가정을 둘 다 훌륭하게 꾸리는 ‘슈퍼맘’이라는 것. 세계에서 가장 바쁘지만 자녀를 키우는 것은 ‘보통 엄마’와 다를 바 없다는 게 포브스의 평가다.

이들 ‘슈퍼맘’은 자신만의 전략으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잡는다. 3위인 누이 회장은 임원회의 중 자녀에게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당장 전화를 받는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일과 육아 사이의 딜레마가 생길 것에 대비해 세워놓은 원칙이다. 10위에 오른 질 에이브람슨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은 “아이들이 학생일 때 회사에 아이들 교과서를 가져다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다”며 “집에 돌아가서도 아이들과 같은 화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4위에 오른 샌드버그 COO는 매일 오후 5시30분이면 퇴근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샌드버그는 “여성들이 아이를 가진 후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면 경력은 멈춰버린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품을 떠나기 전에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힘들지만 회사에서 자리를 잡을수록 더 쉽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어머니들에게도 그들의 어머니가 있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대권 도전에 나선 계기를 묻는 질문에 “어머니 때문이다. 그분은 내가 결심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주셨다”고 대답했다. 포브스 순위 19위에 오른 앤 스위니 디즈니 대표는 “어머니는 항상 ‘넌 참 똑똑한 아이’라고 말씀하셨다”며 “힘들 때면 어머니를 떠올리며 ‘난 할 수 있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