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융단 폭격형’이 아니라 ‘정밀 타격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출범 50주년(14일)을 앞두고 중앙회 OB선배와 신입사원이 10일 중앙회의 과거와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해전 중우회(중기중앙회 퇴직자 친목모임) 회장(68)과 지난해 8월 입사한 인력정책실의 최희주 사원(27)이 각각 선후배 대표로 대담을 가졌다.

이 회장은 손녀뻘 후배인 최씨에게 “한정된 중기 지원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중기중앙회(당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출범 이듬해인 1963년 19세의 나이로 중앙회 공채 1기로 입사, 32년간 주요 보직을 거친 중기중앙회의 산증인이다. 퇴직 후엔 산하 협동조합에서 12년간 더 현장 업무를 챙겼다. 1960년대 초 5·16 군사정권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중기정책의 초창기부터 중소기업이 어떻게 태동하고, 성장하며, 성숙해 가는지를 현장에서 지켜 본 셈이다.

이 회장은 “잇딴 선거를 치르는 올해 유독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지원해야 할 곳과 지원해서는 안되는 곳을 명확히 구분해서 차등적으로 지원해야 기술력 있고 강한 ‘스몰 자이언트’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처음 중앙회에 입사할 당시 중앙회 직원은 7명, 회원조합은 50여개에 불과했다. 자체 예산은 290만원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중앙회 인원은 310명으로 늘었고, 회원 조합 수는 980개, 예산은 1만배가량 늘어난 266억원이 됐다.

이 회장은 “중기중앙회 퇴직 후 산하 조합에 근무하면서 정부 지원을 따내기 위해 터무니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기업들도 많이 봤다”며 “중기중앙회뿐 아니라 관련 정부 부처들의 인원과 예산, 정책 능력이 향상된 만큼 정확히 밀어줄 곳을 챙겨주는 지원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정책의 변화 중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2006년 말 동시에 폐지된 단체수의계약제도와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들었다.

이 회장은 “두 제도 모두 중소기업의 판로지원과 육성에 상당한 순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투명성과 부정문제 등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며 “당시 중기중앙회가 제도를 제대로 손질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더라면 정치권과 대기업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선배들이 기업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해 왔는데 그 같은 활동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기정책의 미래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나가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이 잡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