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성 하세월…출구 못찾는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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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좌파 시리자도 연정구성 실패…재선거 유력
獨 "구제협정 파기땐 유로존 떠나야" 최후 통첩
獨 "구제협정 파기땐 유로존 떠나야" 최후 통첩
그리스 정국이 끝없는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 원내 1당 신민주당이 지난 7일 연립정부 구성 시도 여섯 시간 만에 실패를 선언한 데 이어 “구제금융 협정을 무효화하겠다”고 주장하는 2당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도 하루 만에 연정 구성을 포기했다.
연정 구성의 책임은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 이끄는 제3당 사회당(PASOK) 몫으로 넘어갔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내달 17일께 국회의원 총선거를 다시 치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잇단 연정 구성 실패
영국 BBC방송은 9일 “긴축정책 무효화를 주장했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가 이날 1당인 신민주당, 3당인 사회당 대표와 만나 연정 구성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연정 구성 실패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전 정권에서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했던 신민주당과 사회당은 구제금융 협상 파기와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시리자에 동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주당 대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경제적 파국으로 이어지는 길인 만큼 차라리 구제금융 협상을 지지하는 군소정당들과 손잡겠다”고 말했다. 베니젤로스 사회당 대표도 “긴축정책 무효화 같은 것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제금융 파기 주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시리자의 제안이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의회 지지는 미약했다”고 말했다.
◆미로 속의 그리스 정국
그리스 새 정부 구성권은 구제금융 협상 책임자였던 베니젤로스 대표에게 넘어갔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베니젤로스에게 정부 구성과 관련해 3일의 말미가 주어졌지만 앞서 1, 2당이 모두 시한을 채우지도 않은 채 두 손을 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석 수가 119석이나 줄어들어 원내 3당(41석)으로 찌그러진 사회당 주도로 내각을 구성하긴 쉽지 않다. 성향이 다른 보수우파 신민주당과 손잡을 경우 덩치가 두 배 이상 큰 신민주당에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밖에 없고 또 다른 소수 정당의 도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좌파 세력끼리 연대를 모색하더라도 유로존 탈퇴를 불사하는 시리자나 그리스공산당 같은 극좌세력과 손잡기 힘든 상황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극좌·극우세력이 난립한 선거 결과도 실망스럽지만 선거 이후에도 그리스 정치권이 정부도 구성하지 못한 채 대혼돈을 야기하면서 정당의 존재 이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로존 나가라”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제금융 합의 무효를 원하는)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기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도 “그리스가 경제개혁(긴축)을 지속하지 않을 경우 자금 지원을 계속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에 대해 디벨트는 “독일 정부가 그리스 퇴출에 대비하는 ‘플랜B’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이날 5월분 구제금융 52억유로 중 42억유로만 지급했다. EFSF는 나머지 10억유로는 6월까지 집행을 보류하고 그리스의 자금 수요와 경제상황을 재검토해 지급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리스는 이달 총 101억유로, 내달 22억유로의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그리스 정부는 “7월분까지 상환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