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영양실조 증가… “잘 안 먹는 아이 성장 느려”
[라이프팀] 서울 마포구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김진주(12세, 가명) 양은 135cm, 27kg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말랐다. 진주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침마다 밥을 먹이려 애써봤지만 살찌는 것이 싫다며 아침 먹는 것을 항상 거부했다.

점심 급식도 식판에 음식을 반도 채우지 않는다. 게다가 부모가 맞벌이라 혼자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라면이나 햄버거로 때우는 날이 많다. 그나마도 요즘 들어서는 음식만 보면 구토증상이 나타나고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파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하는 편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나왔던 '영양실조'란 말이 배부르게 먹는 요즘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잘 먹는다'는 말이 '배부르게 먹는다'는 뜻으로 주로 쓰였다. 하지만 배불리 먹으면 '열량'이 넘쳐 비만으로 이어지기 십상. 반면 '영양'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한국인의 영양 불균형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의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의 89%만 섭취한다. 단백질(육류·어패류)과 인(곡류)은 권장량보다 많이 먹지만 칼슘·칼륨·철·티아민·비타민B2·비타민C 등은 부족하다.

특히 청소년과 노인·여성은 권장량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신체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영양 공급이 충분해야 한다. 이것은 자동차가 움직이는데 휘발유가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다.

생명 현상의 원동력이 되는 영양소는 대개 음식물을 통하여 공급되는데 영양섭취량의 부족이나 과다는 영양장애를 일으킨다. 따라서 잘못된 식생활로 영양섭취가 충분하지 못하면 성장기 아이의 경우 신체의 성장과 발달에 큰 지장을 가져오게 된다.

◇ 신종 영양실조 증가… 잘 안 먹는 아이 성장 느려

최근 먹을 것이 없어서 생기는 영양실조가 아닌 먹을 것은 많지만 안 먹어서 생기는 신종 영양실조가 늘고 있다. 건강하게 살려면 우선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올바른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면 몸이 쇠약해지고 병원균과 질병들이 힘을 얻게 된다.

더구나 음식물 속에 포함된 영양분들은 특히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과 신체 면역계에 영향을 미친다. 또 영양불량 식사를 한 어린이들이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진은 미국정신의학저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 3년간 아연, 철, 비타민 B, 단백질이 부족한 식사를 한 어린이들이 나중에 비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영양불량 식사를 한 어린이들은 8세 때 건강한 식사를 한 어린이들보다 화를 더 잘 내고 남과 싸움을 잘 거는 성향을 보였다고.

이 연구보고서의 저자인 애드리언 레인은 “영양불량의 식사는 IQ저하를 불러오고, 성장 후 반사회적 행동을 낳는다”고 지적하며 “부모는 자녀에게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비행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영양부족은 부족한 영양소에 따라 단백질 결핍증(콰시오커), 비타민 결핍증(각기병, 펠라그라, 괴혈병, 야맹증, 구루병 등), 미네랄 결핍증(티타니, 골연화증, 철결핍성 빈혈, 갑상선종 등)으로 분류. 이를 총체적으로 ‘영양결핍’이라고도 한다.

게다가 갑상선 질환이나 암 등이 발병하는 주된 이유도 영양분의 불균형적인 섭취 때문이다. 영양의 균형이 맞으면 몸은 아프지 않는다.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의 질병을 예방하고 성장을 도우려면 올바른 종류의 음식물 섭취를 통해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 잘 먹는 아이가 잘 큰다

먹는 음식의 양이 적으며 먹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식욕부진'이라 한다. 넓게는 특정음식만 편애하고 골고루 먹지 않으며 특정음식을 기피하는 '편식'도 식욕부진의 범주에 속한다. 이처럼 영양부족은 잘못된 식습관이나 소화기 장애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너무 심한 편식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주로 먹는 경우엔 지방은 많아도 단백질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살은 많아도 단백질이 없다면 영양실조로 진단하는데 이런 경우도 영양상태 불균형으로 정상적인 성장은 어렵다. 오히려 피하지방이 많아 성조숙증이 나타날 확률도 높다.

또 식욕부진이나 흡수장애 소화불량과 같은 소화기 장애가 있는 경우도 성장을 방해한다. 모든 호르몬은 단백질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영양실조인 경우 성장호르몬이 부실해 키성장도 방해가 된다. 특히 비타민, 무기질이 부족한 경우에는 다양한 결핍증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영양이 과다하면 소아비만, 성장판 조기융합, 성조숙증 등을 유발해 키 성장 방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먹는 대로 간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에 따라 몸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영양이 중요하며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내 몸이 된다는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먹지만 몸은 빈 깡통처럼 부실하다.

이는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해 고른 영양을 챙기지 못하는 것인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면역력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이 넘쳐나는데도 영양부족이 되는 것으로 이런 아이들은 부실한 몸으로 자라 병이 많고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 한방에서는 식욕개선과 성장치료 병행

식욕부진은 하나의 증상이지만 다양한 요인으로 복합되어 나타난다. 특히 소아의 경우 잦은 감기, 비염, 중이염, 다한증, 아토피, 경기, 정신적인 불안정, 복통, 변비와 동반되어 나타나고 궁극적으로는 키 성장과 신체발달을 방해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소아의 경우 식욕부진은 단순하지만 치료가 쉽지 않다. 소화흡수에 관여하는 장부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스스로 잘 먹도록 유도하는 부작용 없는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장에서 흡수를 하지 못하면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배가 자주 아프다고 하고 식욕이 부진하고 흡수장애가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설사나 변비 같은 장질환은 성장기에 키가 크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사를 하게 되면 음식물에서 필요한 물질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게 되어 영양결핍과 탈수증상을 유발한다. 때문에 만성적인 설사로 고생한 아이들은 그 기간만큼 성장이 느리다. 특히 신생아들의 만성 설사는 성장에 치명적인 질환이다.

성장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아이들의 30%이상은 식욕부진을 호소한다. 성장전문클리닉 하이키한의원이 성장클리닉에 내원한 저성장 아이들의 특징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식욕부진으로 인한 소화기 허약 30%, 신경계 허약 20.7%, 가족력 19.4%, 호흡기질환 11.9%, 운동부족 9.2%, 비뇨기 질환 8.8%로 나타났다.

한방에서는 마시거나 먹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식욕부진 현상을 비허증(脾虛證)으로 진단하여 증상과 체질에 맞게 맞춤 처방을 한다.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1차 관문인 비위의 기능을 높여주고 장부간의 유기적인 협조 기능을 회복시켜 식욕개선을 돕는 한약을 사용한다. 여기에 침체된 장의 움직임을 도와 식욕개선에 도움을 주는 건비침 치료를 한다.

장이 좋지 않은 아이는 설사를 자주하고 식욕도 없으며 음식을 먹어도 몸속에서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장을 따뜻하게 해주어 건강에 도움이 되는 탕약과 함께 가시오가피, 천마 등 천연한약재로 만든 성장호르몬 분비에 도움이 되는 성장탕을 처방하면 효과적.

아이들이 잘 성장하려면 기본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몸이 원하는 자연 음식들을 고루 챙겨 먹이고 무엇보다도 영양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또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음식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 바른 몸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일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도움말: 성장클리닉전문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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