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폭탄' 휘두르는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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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좌파연합 "EU와 긴축 합의 무효" 민심 선동
연정구성 합의 힘들어 6월 2차 총선 치를 듯…유로존 탈퇴 '위험한 도박'
연정구성 합의 힘들어 6월 2차 총선 치를 듯…유로존 탈퇴 '위험한 도박'
“올여름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 여부를 결정할 고비가 될 것이다.”
총선 직후 그리스 정국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2차 총선을 치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총선의 쟁점이 긴축정책이었다면 2차 총선의 화두는 유로존 탈퇴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긴축 반대파의 집권은 긴축 약속 파기, 구제금융 지원 중단, 국가부도, 유로존 탈퇴의 수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당들, 벌써 2차 총선 준비
그리스 정당들은 벌써 2차 총선 준비에 착수했다. 연정 구성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 당이 2차 총선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고 전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그리스 정계의 ‘샛별’로 떠오른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제2당) 대표다. 치프라스는 8일(현지시간) “시리자 주도로 내각이 구성되면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과 맺은 구제금융 협정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에서 확인한 긴축 반대라는 민심에 편승해 2차 총선에서 의석 수를 더욱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해리스 미놀라스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치프라스는 2차 총선을 노리고 전략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치프라스의 전략은 2차 총선에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연금 삭감, 해고 등 긴축에 지친 국민들이 현실적 대안과 무관하게 긴축 반대파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6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제1당 신민주당의 전략은 위기감을 부추기는 것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대표는 “치프라스의 정책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져 그리스를 파괴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긴축을 거부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민당은 총선 이전 제3당인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 긴축정책을 주도해왔다. 신민당이 단 6시간 만에 연정 구성을 포기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긴축 반대를 외치는 당에 투표한 국민들의 선택은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정을 조기에 포기했다는 것이다. 정부 없는 혼란이 계속되고, 유로존 탈퇴에 따른 불이익을 국민들이 깨닫게 되면 2차 총선에서는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리자가 14일까지 연정을 만들지 못하면 정부 구성권은 제3당인 사회당으로 넘어간다. 17일까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그리스는 6월 초 다시 총선을 치른다. 2차 총선의 쟁점은 유로존 탈퇴 여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U, 23일 비공식 정상회담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 그리스는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할 전망이다. 10일 예정된 52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끝으로 추가 구제금융이 지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EU 관계자는 “추가 지원금은 그리스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트로이카(EU, IMF, 유럽중앙은행(ECB))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여러 차례 나눠서 지급하고 있다. 긴축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 감독하기 위해서다.
그리스 사태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요구하는 신재정협약 재협상 문제는 오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특별정상회담에서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헤르만 반롬푀이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회원국 정상들이 23일 브뤼셀에서 비공식 만찬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들은 이날 회담에 이어 28~29일 EU 정상회의를 갖는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