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던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5주 연속 하락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고유가에 움츠러들었던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전역의 주간 평균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지난 7일 갤런당 3.790달러(1갤런=3.78ℓ)를 기록, 올 들어 최고치인 지난달 2일(갤런당 3.941달러)에 비해 3.8% 떨어졌다고 8일 발표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근월물 휘발유 선물 가격도 연중 최고점에서 13% 하락한 갤런당 2.9741달러를 기록했다. 선물 가격 하락이 소비자가격 하락으로 완전히 반영되는 데는 수주일이 걸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 핵개발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휘발유 가격이 올여름 갤런당 4달러를 넘어 5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당초 전망은 쑥 들어갔다. 이들은 갤런당 5달러로 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휘발유값 최고치는 2008년 7월7일 기록한 갤런당 4.114달러다.

휘발유 가격 하락은 전반적인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케이 스미스 EIA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0센트 하락하면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0.1% 늘어나는 효과가 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저축을 늘리거나 다른 제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휘발유 가격 하락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더없는 호재다. 그는 연초 이후 공화당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부터 에너지정책 실종이라는 따가운 비판에 시달렸다. 오바마로선 풍력, 태양광 등의 장기적인 재생에너지 개발 계획을 내놓으면서 단기적으로 원유 선물시장 투기 근절책을 내놓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