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에 국가부도는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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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과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실시된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보수사민당이 정부 구성에 실패, 다음달에 선거를 다시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긴축에 반대하는 좌파의 세력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다. 제2당이 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야만적인 긴축재정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좌파의 득세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디폴트의 역사가 깊다. 경제사학자인 페데리코 스트르젠거에 따르면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에게해에 있는 작은 섬인 도시국가 델로스에서 디폴트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델로스의 한 사원으로부터 돈을 빌린 주변 도시국가 중 아테네를 제외한 13곳이 지급 불능을 선언했다고 한다. 그리스는 오스만튀르크로부터 독립한 1822년 이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 디폴트를 선언했다. 디폴트 기간이 무려 90년이나 돼 근대 독립국가로서 절반의 기간을 빚을 지고도 갚지 못하는 처지로 살았다. 또 이달 말 145억유로(21조4500억원)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확정하지 못하면 유럽중앙은행(ECB)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못 받게 돼 여섯 번째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그리스가 국가부도를 선언하더라도 시장엔 큰 충격이 없을 것 같다. 이미 부채탕감 협상이 끝난 민간은행들의 장부에 기재된 그리스 부채가 상당부문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 옛 화폐인 드라크마를 사용하게 되면 환율 부담에서 벗어나 경제회생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다른 위기국가에 디폴트를 전염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를 고조시키는 것과 별도로 그리스도 가난의 깊은 질곡에 빠져드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의 과거 디폴트는 독립전쟁과 대공황 등 외부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이번엔 빚으로 복지 잔치를 벌인 결과다. 포퓰리즘의 덫에 빠진 습관적 신용불량국을 지원할 나라는 없다. 그리스가 습관성 디폴트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조상의 영화를 파는 가난한 국가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