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사장 "실패해본 적 없다" 외치더니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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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농, 좋은 아침~"
매주 수요일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건네는 아침인사다.
무표정에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지나가는 대다수 삼성 계열사 사장들과 달리 최 사장은 늘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씩씩한 발걸음으로 들어온다. 최 사장 스스로 자신의 장점이라 내세우는 '친화력'의 표현이다.
이날 강연장을 가득 메운 1700명의 대학생 앞에서 최 사장은 먼저 자신의 이력을 소개했다. 1988년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에 입사해 한국인 최초로 GE 최고 경영진에 올랐고, 삼성에 들어온 뒤 삼성전자와 삼성SDI 사장을 거쳐 삼성카드 사장에 올랐다.
다양한 이력과 직함에 학생들의 탄성이 이어졌지만 최 사장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무수한 고난과 절망을 겪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주로 해외에서 보냈다. 영어 한 마디 할줄 몰랐던 초등학생 시절인 1967년 멕시코로 간 그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친구도 생길 즈음 영국에 가게 됐다. 영국 생활에 접어들 무렵 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다.
GE 근무 시절에도 미국 홍콩 일본 등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세계와 맞닥뜨려야 했다. 삼성에서도 4년 동안 세 회사를 거쳤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한 마디로 "낯선 환경 속 적응의 연속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낯선 상황과 연거푸 맞서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어떻게 이겨낼지 고민했다. 결국 찾아낸 방법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을 대하는 것이라고 최 사장은 밝혔다. 솔직한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다가가니 많은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최 사장은 이날 프리젠테이션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학창 시절부터 유독 발표하는 것을 싫어했던 그는 GE에 근무할 당시 잭 웰치 회장 앞에서 발표해야 할 일이 생겼다. 3박4일을 거울 앞에서 꼬박 연습했더니 자신감이 붙었고 발표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잘한다"는 소문이 회사에 나면서 이후 회사의 프리젠테이션을 도맡았고, 자신과 조직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잭 웰치 회장의 신임을 받아 회장실에서 근무하게 됐고, GE의 전 세계 영업 총괄 사장까지 맡았다.
이 일화를 소개하며 최 사장은 "고난이 닥쳤을 때 포기하면 실패가 되지만 받아들이고 극복하면 성공이 되더라" 면서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 마침표를 찍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일을 극복하고 배우는 과정이 여러분을 차별화시킬 것"이란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