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가족과 같은 느낌을 준다.지난 1년 내내 이곳에 걸려있던 태극기가 계속 펄럭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10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탱크' 최경주(SK텔레콤)가 사상 첫 2연패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마스터스 컷오프 탈락 등 올시즌 들어 슬럼프에 빠지면서 "체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최경주는 "경기 후 회복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PGA 10승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8일 오후 대회 장소인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 72)에서 샷을 가다듬은 최경주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 전년도 우승자로 참가하는 기분이 어떤가.

▲ 사실 디펜딩 챔피언의 마음과 자세로 오지 않았다.

평상심을 갖고 원점부터 다시 하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와보니까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웃음). 팬들과 대회 관계자 등 모든 사람들이 각별히 대우하고 있다.

-- 많은 관심과 조명에 심적 부담을 느끼는가.

▲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코스와 팬 등 모든 게 가족 같은 느낌을 준다.

많은 관심에 성취감도 들고 더 높은 곳에 도전하게 하는 에너지가 생겼다.

-- 중점적으로 준비한 것은.
▲ 작년에 퍼팅 실수를 많이 했다.

올해엔 퍼트를 좀 더 성공시키면 무난하게 작년 수준의 시합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올해도 17번 파3 홀이 승부처로 꼽히는데.
▲ 사실 거의 모든 선수가 9번 피칭 웨지를 잡을 만큼 거리 부담은 없지만 바람이 변수다.

샷이 약간 짧거나 약간 길어도 물에 들어간다.

볼이 클럽을 떠나면 그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닌 셈이다.

많은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지만 나는 지난 4년 동안 한번도 물에 빠뜨리지 않았다.

아이언샷 정확도가 그만큼 괜찮은 편인데 올해도 자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컷샷을 시도해 볼이 언덕을 맞은 뒤 그린을 타고 홀로 흘러가게 하는 전략으로 나설 것이다.

-- 올시즌 성적이 신통치 않다.

▲ 어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뭔가 부족함을 느껴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가 잘 안 풀린 것이다.

음식 맛을 더 낼 때 무엇을 첨가하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막상 만들어보면 맛이 없어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아이언샷을 다르게 해볼까, 지금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못하니까 하는 생각에 지난달 마스터스 출전을 앞두고 아이언 클럽을 바꿨다.

그러나 새 장비로 더 잘 쳐보자는 생각이 스트레스를 줘 경기력을 무디게 했고, 결국 작년에 쓰던 걸 다시 잡았다.

이제는 젊을 때와 같이 마음만 앞서서 막 바꾸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바꾸지 말고 그대로 가자는 결심을 했다.

-- 체력에 한계가 온 것 아니냐.
▲ 한계까지는 아니지만 경기 후 회복이 조금씩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과 쳐보면 아직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쇼트게임과 퍼팅에 더 노력을 기울이면 앞으로 2, 3년은 원하는 10승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폰테 베드라 비치<美플로리다주>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