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가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 연간 50개에 달하는 최고 수준의 프로골프 대회를 주관하지만 정작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메이저대회가 열릴 땐 손을 놔야 한다는 것이다.

마스터스는 오거스타내셔널GC가 열고, US오픈은 미국골프협회(USGA) 소관이다.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은 영국R&A, PGA챔피언십은 PGA오브아메리카가 관장한다. PGA투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대회를 모두 제3자가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PGA투어는 자신들이 주관하는 메이저대회를 원했다. 그 대회가 바로 10일밤(한국시간) 개막하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다. PGA투어는 그래서 이 대회를 ‘제5의 메이저대회’라고 부른다.

PGA투어는 이 대회를 4대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대회로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프로 대회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총상금을 가장 높게 책정했다. 전 세계 프로대회에서 950만달러(약 108억원)를 상금으로 내건 것은 없다. 4대 메이저대회는 800만달러이고 세계 6대 투어기구가 결성해 만든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는 850만달러다. 지난해 최경주(42)가 받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171만달러다. 150만달러 안팎인 LPGA투어 한 대회 총상금보다 많다.


대회 코스인 TPC소그래스(파72)는 ‘골프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에 있다. 골프장 앞의 길 이름은 ‘PGA투어 도로’이고 그 옆은 ‘컨트리클럽 도로’ ‘TPC 도로’다. 6㎞ 떨어진 곳에는 PGA투어 본부도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메이저대회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버거워보인다. 1974년에 창설돼 38회째인 이 대회는 마스터스(71회), US오픈(112회), 디오픈(142회), PGA챔피언십(94회)에 비해 역사와 전통에서 한참 떨어진다.

후원사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후원사는 기업 회계 감사를 전문으로 하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밖에 없다. 2007년부터 기업 후원을 받기 시작한 USGA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카드, IBM, 렉서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롤렉스 등 5개 기업을 파트너로 선정했다. 영국R&A는 지난해까지 롤렉스, 니콘, HSBC, 메르세데스-벤츠, 두산 등 5개였으나 올해 마스터카드와 랄프로렌이 추가돼 7개 기업이 됐다. PGA오브아메리카는 아멕스카드, 메르세데스-벤츠, RBC뱅크, 내셔널 카렌탈, 오메가의 후원을 받고 있다. 기업 후원에 무관심한 오거스타도 AT&T, IBM, 엑슨모빌 등 3개 기업을 스폰서로 지정했다.

PGA투어는 메이저대회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라이더컵(미-유럽 국가 대항전)에도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비제이 싱은 “이 대회는 진정한 우리들의 대회”라고 말한다. 아마추어나 주최 측 초청없이 오직 정상급 프로들만 참가해 ‘진검 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다른 메이저대회보다 우승하기 힘들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은다.

최경주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퍼팅이 좋아져 잘 될 것”이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하면 2연패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