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2번 당선자가 비례대표 온라인 투표에서 얻은 표의 61.5%가 같은 IP(인터넷 주소)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당선자는 온라인투표에서 1만183표를 얻어 온라인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당선자가 동일IP에서 얻은 6000여표 중 상당수가 비정상적인 득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당선자 말고도 다른 4명의 비례대표 후보자도 같은 IP에서 얻은 표가 전체 득표의 57%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A후보는 동일IP 득표율 65.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B후보는 59.9%, C후보는 57.8%, D후보는 57.5%로 그 뒤를 이었다.

이정희 공동대표 측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 당선자에 대한 부정선거 비판이 거세지자 다른 후보자의 동일IP 득표율도 공개한 것이다. 이 당선자뿐 아니라 다른 후보자도 비슷한 양상인 만큼 부정이 아니라 관행으로 몰고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일IP에서 여러 사람이 투표한 것이 확인됐다는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발표에 대해 이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중소 규모 노동조합의 경우 한 컴퓨터에서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등을 이용해 여러 사람이 투표했을 수 있다. 이것만 가지고 대리투표라거나 부정투표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당권파가 이 당선자를 보호하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들의 동일IP 득표율을 공개한 것이지만 이는 온라인 투표에서 중복투표가 횡행했다는 걸 방증한다.

비당권파인 유시민 공동대표가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총체적 부정, 부실 경선이라고 이야기했던 그 내용이 바로 당원들의 직접투표, 비밀투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서 나온 것”이라며 지적한 걸 뒷받침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동시에 심상정 공동대표가 “낡은 관행과 습속을 10여년 이상 혁신하지 못하고, 그것을 방치하고 키워온 책임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죄는 너무나 무겁다”고 성토한 것과도 통한다.

하지만 이 공동대표는 진상조사보고서 검증을 위한 공개청문회를 제안하며 비당권파에 역공을 폈다. 진상조사위 조사를 ‘부실’로 규정하며 8일 당원들 앞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상조사위원들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당권파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원도 참석하지 않을 공청회를 여는 이유는 뻔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