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서로 간의 공통된 영역이 없기 때문이죠. 이때 공통 영역을 만들어 주는 게 이성입니다.”

마이클 린치 미국 코네티컷대 철학과 교수(47)는 7일 연세대·서울대 석학 초청 특강에 앞서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사회적 갈등은 ‘인식의 공통기반’을 찾아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언어철학·인식론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린치 교수는 지난 3월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성예찬’을 펴냈다.

그는 현대 사회의 보수·진보 갈등과 관련, “서로 중요시하는 ‘가치’뿐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성을 통해 객관적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 유통되는 담론도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이 지식을 민주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생겼지만 오히려 지식의 양은 줄고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없는 정보의 양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위키피디아에도 최근엔 전문가 집단이 참여해 진실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지성이 정보의 양을 늘릴 수는 있지만 그럴수록 전문가 집단의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