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개혁 좌초 위기…긴축 주도한 연정, 총선 과반 확보 실패
그리스 총선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신민당과 사회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가 추진 중인 긴축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현지언론 아테네뉴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99%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신민당은 전체의석 300석 중 108석을, 사회당은 41석을 각각 확보했다. 과반의석인 151석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반면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 좌파정당인 시리자는 52석을 얻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외신들은 군부 독재가 무너진 1974년 이후 38년간 번갈아 그리스 의회를 장악해온 양대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깊은 불신이 재확인된 것. 긴축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상당수 유권자들이 연립정부에 등을 돌리고 시리자 등 다른 정당을 선택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가 추진해온 긴축정책은 역풍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2당이 된 시리자를 포함해 그리스 독립당, 공산당 등 야당들은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며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구제금융 조건을 다시 협상하라고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시리자는 “채권 상환을 잠정 중단하고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선거 결과가 사실상의 패배로 드러나자 긴축 정책을 주도해온 신민당도 입장을 바꿨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대표는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U와 IMF 등은 그리스가 약속한 대로 긴축정책을 이행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집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집행이 중단될 위험이 높아진 셈이다. 사라 휴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어떤 정당이 새로운 연정 파트너가 되더라도 그리스의 긴축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EU의 구제금융이 중단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연정을 이루고 있는 두 정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그리스는 세 개 이상의 정당이 모여 다시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개표 결과가 확정되면 제1당은 사흘 내에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2당이 같은 권한을 받고, 그마저도 실패하면 3당에 권한이 돌아간다. 3당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그리스는 2차 총선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