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훈장받은 공정화 씨, 30년 시부모 병수발에 이젠 독거노인 봉사까지
그녀는 27살에 시집와 14년 동안 중풍으로 병상에 누운 시어머니를 모셨다. 대소변부터 식사 수발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시어머니는 병수발을 받는 14년간 단 한 번도 고맙다는 소리 없이 그녀를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시어머니는 임종을 앞두고서야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 정말 고마웠어. 진심으로….”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펑펑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었다. 시어머니가 임종 직전에 남긴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그녀에겐 살아가는 힘이 됐다.

보건복지부가 제40회 어버이날을 맞아 선정한 효행자 표창자 8명 중 최고 훈격인 국민훈장(목련장)을 받는 공정화 씨(57·사진)의 얘기다. 공씨는 결혼 생활 30년 동안 시부모를 지극정성으로 수발해 효에 대한 모범을 보인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을 받았다. 공씨가 시부모를 모시게 된 건 시집온 27살 때부터다. 그는 “시집오기 전부터 시어머니가 중풍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풍에 걸린 시어머니를 병수발하는 14년 내내 몸이 끊어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공씨는 “14년 동안 바깥 출입도 제대로 못하고 시어머니 옆에서 병수발을 들었다”며 “힘들긴 했지만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불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설상가상으로 시아버지도 10년 전부터 노환으로 병상에 누웠다. 27살 꽃다운 처녀가 시집와서 거의 30년 내내 시부모 병수발을 든 것이다. 후회는 없었을까. 기자의 질문에 공씨는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시집온 며느리가 시부모를 공경하고 모시는 것이야 말로 한국의 미(美)가 아닐까요.”

그는 2008년부터 동대문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독거노인 돌보미 활동을 시작했다. 1주일에 5일 동안 6시간씩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30년 결혼생활 내내 시부모 병수발을 들었으면서도 독거노인들을 보살피는 이유가 뭘까.

공씨는 “오랫동안 시부모를 모시다 보니 아픈 독거노인분들을 보면 남일 같지 않다”며 “노인분들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두 딸이 있는 공씨는 “요즘 젊은이들한테 병든 시부모나 부모를 과거처럼 지극정성으로 모시라고 하는 건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씨는 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표창을 받는다. 정부가 수여하는 이번 호행자 포상엔 공씨를 비롯해 노정철 씨, 한수미 씨, 김상순 씨, 윤용숙 씨, 김민호 씨, 이홍현 씨, 김장용 씨 등 8명이 선정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