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 생기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4월 정보기술(IT) 무역이 흑자로 나타났지만 수출과 수입은 각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에도 똑같은 양상이었다. 이런 추세는 품목을 넘어 전체 무역구조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4월 무역수지는 22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3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갔다지만 그 내용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4월 수출이 4.7%나 줄고, 수입도 0.2% 감소한 결과였다.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무역이 슬금슬금 슬럼프에 빠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 설명대로 전년도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4월 경우는 선거일 등으로 인한 조업 일수 감소도 한몫했다. 하지만 수출 주력 품목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4월 수출만 해도 무선통신기기(-37.1%) 선박(-21.7%) 등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경부는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벌써 수출과 무역수지 전망치를 수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대 변수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16.7%로 가장 부진했다. 대중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유럽 수출이 급감하는 바람에 우리의 중간재 수출까지 타격받는 양상이다. 중동, 독립국가연합 등 신흥시장에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선진시장에서는 미국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대미 수출증가율은 27%를 넘었고 4월에도 5.6%로 선방했다. 미국과의 FTA 발효가 그나마 흑자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불황형 흑자 형태의 고착화다. 언제든 적자 전환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농업 등 새로운 분야에서 수출품목을 찾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고삐를 당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