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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저축은행 사태는 정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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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저축은행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가 터질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저축은행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이다. 무책임한 얘기다.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감독을 잘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답이 없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을 포함해 지난해 이후 20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대부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를 방치할 경우 문제가 커질 줄 뻔히 알면서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에 사로잡혀 실기(失機)를 한 것이다.

    오히려 저축은행의 규모를 키우고 부실을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상호신용금고였던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바꿔줘 돈이 몰리도록 도와주고, 저축은행 간 인수를 허용해 대형화를 유도한 것이 금융당국이었다. 여기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라는 이른바 ‘8·8클럽’을 만들어 80억원까지 제한 없이 자기자본의 20%까지 대출해줄 수 있도록 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영업구역 이외 지점을 낼 수 있도록 해주기까지 했다. 저축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판을 벌여주니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정책 실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축은행이 쓰러지고 부실이 심해지는데도 서둘러 구조조정에 나서기는커녕 연착륙을 시키겠다며 다시 지원에 나섰다.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저축은행들의 부실 PF 채권을 매입해주고, 이미 매각한 PF채권의 사후정산 기한을 늘려줘 BIS 비율을 왜곡시켰다. 저축은행들에 불리한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다. 정부의 ‘헛발질’ 속에 후순위채와 5000만원 이상 예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왔다.

    금융감독당국이 정신을 제대로 차렸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저축은행 부실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겠다며 백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스스로의 잘못을 공개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 흐지부지됐다는 말이 나온다. 실패에서 교훈을 찾으려는 노력마저 없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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