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코리아…골든위크 日·中 관광객 15만명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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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기자 체험해보니
이름없는 화장품에 '명품값'
사우나 입장료 7만~10만원
6만원 낸 공연 실제론 1만원
이름없는 화장품에 '명품값'
사우나 입장료 7만~10만원
6만원 낸 공연 실제론 1만원
“저 화좡핀 스 한궈 더 밍파이. 니먼 스스바.(이 화장품은 한국 명품 브랜드입니다. 써보세요.)”
3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외국인 전용 기념품 쇼핑센터인 G면세점. 40여명의 중국 단체관광객에게 직원 10명이 한국 명품 브랜드라며 H사 화장품을 발라 보라고 권했다. 매장에는 더페이스샵, 이자녹스, 보브 등 유명 브랜드도 있었지만 직원들은 인지도가 낮은 H사 제품을 유독 큰 소리로 권했다.
H사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세안제는 220위안(3만9000원), 비비크림은 280위안(5만원). 국산 화장품 중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 세안제가 3만원, 비비크림 베스트셀러인 미샤 제품이 1만5800원인 데 비하면 명백한 폭리이자 바가지였다.
이 제품은 시중에서 살 수조차 없다. H사 관계자는 “G면세점의 의뢰를 받아 만든 제품이어서 시중에선 안 판다”고 말했다. H사 마스크팩에는 ‘식약청 기능성 화장품 인증’ 마크가 찍혀 있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확인한 결과 인증을 준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20만~50만원어치나 사갔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바가지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간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장해 외국인 전용 매장을 취재한 결과 집중 단속 지역인 서울 종로 명동 인사동 이외 지역에서는 바가지 상혼이 활개를 쳤다. 일본의 ‘골든 위크’와 중국 노동절 연휴를 맞아 15만여명이 몰려온다고 들떴던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였다. 바가지 요금 대상도 콜밴, 택시, 음식점뿐만 아니라 기념품과 선물용품, 공연장까지 다양했다.
서울에만 80여곳이 있는 외국인 전용 기념품 쇼핑센터는 관광객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일시적으로 문을 열기 때문에 내국인은 사실상 들어갈 수 없다. 주택가 등 한적한 곳에 있는 탓에 주변 상점과 가격을 비교하기 어려워 바가지를 씌워도 속수무책이다.
서울 방화동에 있는 A토산품점에서는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김과 김치, 과자류, 사탕류를 유명 브랜드 제품의 2배 값에 팔았다.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볼 수 없는 생소한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식 때밀이’가 입소문을 타면서 목욕탕들의 폭리와 횡포도 만만찮았다. 목욕비에 한증막 이용, 때밀이 등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 중국인에게는 1인당 4만~7만원, 일본인에겐 7만~10만원을 받았다.
가이드·택시 '3진아웃제' 등 처벌 강화해야
C사우나에서는 30여명의 목욕관리사가 단체 손님을 받았지만 내국인은 들어갈 수 없고, 카드 결제도 되지 않았다. 요금표마저 없었다. 4일 이곳을 찾은 일본인 모녀는 “특수 마사지가 포함된 목욕비 10만원을 여행사에 옵션으로 미리 지불했다”고 말했다.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장의 ‘바가지 옵션’도 심각했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난타’ ‘점프’의 성공을 시작으로 잇달아 생겨난 공연장들이 과당경쟁을 하다 보니 객석을 메우기 위해 여행사에 헐값표를 팔고 있다”며 “관람료가 4만~6만원인 공연에서 우리가 실제로 받는 것은 2000~1만원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공연관람 옵션 비용은 350위안이어서 여행사나 가이드가 관광객 1인당 3만~5만원을 중간에서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상황 인식은 느슨하다. 지난달 28일부터 민관합동 관광종합 상황반을 운영해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날 “1주일간 점검 결과 가격표시제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으며 특별히 적발한 불법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 권한이 없는 문화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벌이는 점검이나 지도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단속을 책임지고 펼칠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법행위를 일삼는 콜밴·택시에 대해서는 세 번 걸리면 면허를 취소하는 3진아웃제와 신고보상금제(차파라치) 등을 활용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한 외국인 등이 손님인 척하고 불법 행위 등을 적발하는 ‘미스터리 쇼퍼’, 시민과 소비자가 참여하는 상시 감시단 운영 등의 대안도 나오고 있다.
김보라/김인선/박상익 기자 destinybr@hankyung.com
3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외국인 전용 기념품 쇼핑센터인 G면세점. 40여명의 중국 단체관광객에게 직원 10명이 한국 명품 브랜드라며 H사 화장품을 발라 보라고 권했다. 매장에는 더페이스샵, 이자녹스, 보브 등 유명 브랜드도 있었지만 직원들은 인지도가 낮은 H사 제품을 유독 큰 소리로 권했다.
H사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세안제는 220위안(3만9000원), 비비크림은 280위안(5만원). 국산 화장품 중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 세안제가 3만원, 비비크림 베스트셀러인 미샤 제품이 1만5800원인 데 비하면 명백한 폭리이자 바가지였다.
이 제품은 시중에서 살 수조차 없다. H사 관계자는 “G면세점의 의뢰를 받아 만든 제품이어서 시중에선 안 판다”고 말했다. H사 마스크팩에는 ‘식약청 기능성 화장품 인증’ 마크가 찍혀 있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확인한 결과 인증을 준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20만~50만원어치나 사갔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바가지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간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장해 외국인 전용 매장을 취재한 결과 집중 단속 지역인 서울 종로 명동 인사동 이외 지역에서는 바가지 상혼이 활개를 쳤다. 일본의 ‘골든 위크’와 중국 노동절 연휴를 맞아 15만여명이 몰려온다고 들떴던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였다. 바가지 요금 대상도 콜밴, 택시, 음식점뿐만 아니라 기념품과 선물용품, 공연장까지 다양했다.
서울에만 80여곳이 있는 외국인 전용 기념품 쇼핑센터는 관광객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 일시적으로 문을 열기 때문에 내국인은 사실상 들어갈 수 없다. 주택가 등 한적한 곳에 있는 탓에 주변 상점과 가격을 비교하기 어려워 바가지를 씌워도 속수무책이다.
서울 방화동에 있는 A토산품점에서는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김과 김치, 과자류, 사탕류를 유명 브랜드 제품의 2배 값에 팔았다.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볼 수 없는 생소한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식 때밀이’가 입소문을 타면서 목욕탕들의 폭리와 횡포도 만만찮았다. 목욕비에 한증막 이용, 때밀이 등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 중국인에게는 1인당 4만~7만원, 일본인에겐 7만~10만원을 받았다.
가이드·택시 '3진아웃제' 등 처벌 강화해야
C사우나에서는 30여명의 목욕관리사가 단체 손님을 받았지만 내국인은 들어갈 수 없고, 카드 결제도 되지 않았다. 요금표마저 없었다. 4일 이곳을 찾은 일본인 모녀는 “특수 마사지가 포함된 목욕비 10만원을 여행사에 옵션으로 미리 지불했다”고 말했다.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장의 ‘바가지 옵션’도 심각했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난타’ ‘점프’의 성공을 시작으로 잇달아 생겨난 공연장들이 과당경쟁을 하다 보니 객석을 메우기 위해 여행사에 헐값표를 팔고 있다”며 “관람료가 4만~6만원인 공연에서 우리가 실제로 받는 것은 2000~1만원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공연관람 옵션 비용은 350위안이어서 여행사나 가이드가 관광객 1인당 3만~5만원을 중간에서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상황 인식은 느슨하다. 지난달 28일부터 민관합동 관광종합 상황반을 운영해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날 “1주일간 점검 결과 가격표시제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으며 특별히 적발한 불법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 권한이 없는 문화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벌이는 점검이나 지도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단속을 책임지고 펼칠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법행위를 일삼는 콜밴·택시에 대해서는 세 번 걸리면 면허를 취소하는 3진아웃제와 신고보상금제(차파라치) 등을 활용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한 외국인 등이 손님인 척하고 불법 행위 등을 적발하는 ‘미스터리 쇼퍼’, 시민과 소비자가 참여하는 상시 감시단 운영 등의 대안도 나오고 있다.
김보라/김인선/박상익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