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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명 명필름 대표 "과장 없이 표현한 첫사랑 감성…30대 男心 뒤흔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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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엔터테인먼트] 멜로영화 흥행 신기록 '건축학개론'

    건축이란 코드를 사랑과 접목…발상 뒤집어 2인 1역 캐스팅
    "20대 마음 사로잡기 위해 항상 눈과 귀 열어놓아"
    심재명 명필름 대표 "과장 없이 표현한 첫사랑 감성…30대 男心 뒤흔들었죠"
    한국 최고의 여성 영화 제작자로 꼽히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49). 그는 ‘접속’ ‘공동경비구역’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연애조작단’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등 히트작들을 줄줄이 냈다. 지난해 ‘마당을 나온 암탉’(224만명)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다 관객을 모았고 최근 ‘건축학개론’으로 멜로영화 흥행 신기록도 작성했다.

    ‘건축학개론’은 4일까지 380만명을 동원해 종전 최고였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313만명)을 넘었다. 로맨틱코미디 중 최다 관객을 모은 ‘엽기적인 그녀’(400만명)의 기록도 조만간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 필운동에 있는 명필름 사옥에서 심 대표를 만났다.

    “멜로물이지만 관객 패턴이 특이해요. 멜로의 주 관객층은 여성인데 30대 남성이 많이 보거든요. 96학번 남자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30대 남성들을 흔들었나봐요. 반복 관람도 많습니다.”

    380만명의 티켓 매출은 140억원. 총제작비 40억원을 제하면 벌써 1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대박 비결은 무엇일까.

    “첫사랑의 감성을 과장없이 현실감 있게 담아낸 게 주효했어요. 스무 살 무렵의 서투른 사랑을 신선하게 풀어냈죠. 과거와 현재를 비슷하게 배치하고 스타 배우를 기용해 2인 1역으로 전개했지요.”

    극중 30대 중반의 엄태웅과 한가인이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가면 이제훈과 수지가 등장한다. 미쓰에이 멤버인 수지는 걸그룹의 대중적인 파워를 지녔다. 한가인은 뭇 남성들에게 첫사랑의 아이콘이다. 영화 ‘고지전’과 드라마 ‘패션왕’으로 유명해진 이제훈은 첫사랑에 한없이 소심해지는 젊은이를 대변하고 엄태웅은 앞날을 걱정하는 현실성을 상징한다.

    “건축이란 코드와 사랑을 매치시킨 점도 재미있죠. 집을 짓는 과정이 연애와 닮았다는 얘기입니다. 건축가가 고객의 마음을 잘 알아야 만족스러운 집을 지어줄 수 있듯이 사랑도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하죠.”

    극중 엄태웅과 한가인이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제주도 집’은 제주도 서귀포 남동쪽 올레길 부근에 있다.

    “올레길 바로 앞이에요. 이번 영화 때문에 터를 사서 새로 지은 집이죠. 명의는 영화사 앞으로 돼 있지만 시나리오 작가 작업실로 써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엔 남녀 주연으로 15년의 간격을 소화할 수 있는 톱스타를 캐스팅하려 했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더 큰 효과를 봤다고 했다.

    “30대 배우가 억지로 어린 척하는 것보다 수지가 여대생 역할을 하니까 관객의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더블캐스팅을 하니까 배우를 보는 맛이 생겼고 호기심도 커졌죠.”

    ‘건축학개론’은 1990년대를 추억하는 코드를 앞세웠다. 1997년 최고 흥행 멜로 ‘접속’에서 인터넷이란 첨단 문화코드를 담아낸 것과는 판이하다.

    “멜로는 참 만들기 어려운 장르예요. 대단한 볼거리가 있거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멜로에서는 공감대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나도 그랬지’ ‘가슴에 와닿는다’ ‘나도 저런 사랑을 했으면’ 이런 반응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러자면 감성과 추억을 잘 엮어서 정교하게 만들어야 해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흥행 비결도 소개했다. 이 작품은 티켓 판매 수입 73억원 중 총제작비 50억원을 빼고 23억원의 순수익을 거뒀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측면을 강조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이야기의 완성도와 몰입도를 높였어요. 유아용이거나 성인용인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가족관객을 만족시킨 것도 주효했죠.”

    1963년 서울 전농동에서 태어난 그는 동덕여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극장 홍보마케팅 사원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1992년 마케팅회사 명기획을 설립했고 1994년 명필름을 세워 창립작 ‘코르셋’을 만들었다.

    제작자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5년 강제규필름과 합쳐 MK픽쳐스를 설립, 상장까지 했지만 실적 악화로 2007년 상장폐지됐다.

    “그때가 위기였죠. 연간 1~2편 제작하다가 상장을 계기로 투자배급 영역까지 확대해 한 해에 8편이나 다루다보니 과부하가 걸렸어요. 제작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작업인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그는 영화사들이 강남으로 잇달아 진출하고 있지만 자신에게는 강북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창업 당시 명륜동 사옥에서 ‘접속’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줄줄이 히트시킨 뒤 MK픽쳐스 시절 강남(반포동)으로 이사갔다가 상장폐지되고 2007년 현재의 필운동으로 옮겨와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등 히트작들을 연달아 냈다는 얘기다.

    “필운동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고 이상의 생가도 있는 유서깊은 마을이죠. 제가 강북에서 태어난 덕분인지 강북에 있을 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의 목표는 제작자로 장수하는 것이다. “할리우드에는 90대 제작자가 흔하지만 국내에는 50대도 드물어요. 50대가 영화의 주고객인 20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어렵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눈과 귀를 항상 젊게 열어두려고 노력합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포착해 작품에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기 위해서지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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