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으로 클레이 완구를 만들면 어떨까요.”

실리콘업체 대일소재의 한 직원은 회의 시간에 이 같은 의견을 냈다. 클레이 완구는 점토 등을 이용해 주무르고 뭉쳐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말한다. 그 직원은 “딸에게 클레이 완구제품을 사줬는데 금방 굳고 쉽게 지저분해졌다”며 “실리콘으로 굳지 않는 제품을 만들면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정서영 대일소재 사장(54·사진)은 이를 흘려듣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개발 명령을 내렸다. 세계 최초로 실리콘 클레이 완구 ‘아이실리콘’은 이렇게 태어났다. 가격은 2만9800원(7색 기준). 출시 6개월 만에 20만개가 팔려 나가며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정 사장은 3일 “실리콘은 굳지 않아 모양을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며 “아기 젖꼭지를 만들 때 쓰일 만큼 안전해 부모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무 살 때부터 고무업체 점원으로 일했던 그는 1991년 고무업체인 대일소재를 설립했다. 2004년엔 실리콘 분야에 신규 진출했다. 실리콘 시장에서 KCC와 HRS에 이은 국내 3위로 성장했다. 작년 매출은 307억원.

정 사장은 아이실리콘 출시를 계기로 사업을 더욱 확장할 방침이다. 지난달엔 ‘아이실리콘’이란 이름으로 자회사를 설립했다. 시장 반응이 좋자 클레이 완구 시장에 체중을 옮겨 싣겠다는 것이다.

브랜드도 ‘아이실리콘’에서 ‘씽크도우’로 바꿨다. 정 사장은 “실리콘은 자동차 부품, 전자 제품에 주로 쓰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B2B(기업 대 기업) 시장에만 집중했다”며 “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일소재는 이를 위해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형광색 등을 추가해 23개 색상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보관이 편리한 밀폐보관용기도 따로 제작했다. 정 사장은 “앞으로도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연구소와 교육연구소 등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미국 등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며 “이미 9개국 언어로 된 TV 광고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