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인 천광청(陳光誠)의 신병 처리를 놓고 미·중 간 갈등이 증폭될 조짐이다.

주중 미국 대사관에서 나와 병원에 입원 중인 천 변호사는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망명을 요청했다. 그를 대사관에서 나오게 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과의 협상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천 변호사가 미국 대사관을 나온 이후 “미국이 내정에 간섭했다”며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천 변호사는 이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가족이 중국을 벗어날 수 있도록 오바마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주중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당신이 안 나가면 가족이 위험하니 대사관을 떠나라고 (나를) 압박했다”고 토로해 미국 측을 당황시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측에 천 변호사가 가족과 함께 톈진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천 변호사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중국 측의 위협이 계속되자 망명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문가들은 천 변호사가 일단 대사관을 나온 이상 망명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협상했던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중국의 반체제인사가 망명하지 않고 중국 내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반면 인권단체와 야당은 미국이 이번 사건에 안이하게 대처해 천 변호사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스미스 하원의원은 “천 변호사를 병원에 데려간 것은 경찰서로 끌고 간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날 베이징에서 개막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인권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서로 나라 사정이 달라 모든 의견이 일치할 수 없다”며 “중국 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쌍방은 계속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는 중국이 보편적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보호하는 국제적 책임을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천 변호사에 대한 중국의 약속 이행을 보장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천 변호사 사건에 대해 “미국은 내정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보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