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불황이 겹쳐 몸살을 앓고 있다. 생산 비용이 늘었지만 유럽 등의 경기침체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최대 소비재업체인 프록터&갬블(P&G) 등이 1분기 실적 발표를 위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고 2일 보도했다.

P&G는 유가상승 등으로 올해 연간실적 전망치를 낮췄다고 발표한 직후 주가급락을 맛봤다. 세계 2위 소비재업체 유니레버의 장 마르크 후에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자재 가격이 고집스럽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 포크 킴벌리클락 최고경영자(CEO)도 “원유와 관련된 대부분의 비용이 예상보다 높다”고 우려했다.

모간스탠리는 “유가가 오르면 소비재업체들이 가장 고통받는다”며 “2008년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자마자 주가에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1분기 브렌트유는 배럴당 평균 118.5달러를 기록했다. ‘3차 오일쇼크’라는 말이 나왔던 2008년 2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128달러까지 치솟은 브렌트유는 최근 들어서도 12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올해 1분기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뛰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원유 등 상품 가격 상승에 따라 수차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럽 등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 제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

기업들은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유럽 등의 실업률이 높고 수요가 적어 생산비용 증가분을 모두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P&G는 “제품 가격을 올렸음에도 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원자재 비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증권은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올해 124달러, 내년에도 120달러로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