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자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스위스에 살고 있으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출입국관리국 자료를 인용, 작년 미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1780명이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는 2008년(235명)보다 약 7배 늘어난 것이다. 미국인들이 국적을 포기하는 이유는 대부분 세금 부담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업이나 해외 부동산 투자 등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적 포기자 대부분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스위스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미국 정부가 스위스에 계좌를 갖고 있는 미국인 명단을 제출하라고 스위스 정부에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해오자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돈을 해외에 숨기고 있는 미국인들을 찾겠다며 스위스 UBS에 미국인 고객 4450명의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또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UBS에 총 7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매겼다. UBS 외에 크레디트스위스 등 11개 스위스 은행도 같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