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아시아 입맛 잡았다…"한식 세계화, 현지 취향 살린 퓨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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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각국 요리전문가 제언
'정통성' 벗으면 가능성 충분…日 '와규'로 퓨전·고급화 성공
'정통성' 벗으면 가능성 충분…日 '와규'로 퓨전·고급화 성공
“글로벌 외식시장에서 페루 전통음식은 아직 생소한 편입니다. 그래서 페루에서 주로 쓰이는 양고기 재료를 갖고 이탈리아식으로 튀긴 퓨전요리를 만들어 소개할 거예요.”
지난달 말 싱가포르 센토사관광단지 내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열린 ‘2012 세계미식가축제(WGS)’에 페루 대표로 참가한 페드로 미겔 사피아노 셰프는 자신이 선보일 요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요리는 행사 내내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싱가포르에서 해마다 열리는 WGS는 세계 각국에서 20~30명의 셰프를 선발한 뒤 각자의 개성과 실력이 담긴 요리를 선보이게 하는 행사다. 입장권 값은 제공되는 음식과 셰프의 명성에 따라 40싱가포르달러(3만6000원)부터 많게는 1000싱가포르달러(91만원)에 이른다. 올해로 16회째인 이번 행사에선 한국인 셰프가 눈에 띄지 않았다. 작년에는 요리연구가인 에드워드 권 이케이푸드 대표와 임정식 정식품 대표가 참여했다.
WGS를 주관하는 피터크닙홀딩스의 피터 크닙 대표는 한식에 대해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처럼 훌륭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식품”이라며 “퓨전화와 체계적 홍보를 통해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도 한국처럼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데 일본은 퓨전을 통해 적극적인 세계화에 나섰고 마케팅에도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토종 소를 유럽 소와 교배시켜 고급 식용소로 탄생시켜 만든 와규비프 등을 예로 들었다.
이번 WGS에 참여한 각국 셰프들도 ‘퓨전 물결’을 타고 있었다. 영국 셰프 퍼거스 핸더슨은 싱가포르에서 많이 먹는 바나나를 튀긴 뒤 이탈리아의 폴렌타소스를 얹은 요리를 내놓았다. 중국 셰프 켄 링은 김치 등 아시아권 재료는 물론 유럽의 요리 재료까지 혼합해 만든 신개념 중국요리를 선보였다. 한식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밝힌 링 셰프는 “누가 맛보든 한식이 뛰어난 것만은 분명하다”며 “다만 소극적인 문화 성향으로 인해 퓨전화에 취약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변 국가에서 공수한 재료로 정통 중식에서 벗어난 퓨전 중국요리를 만든 셰프 쿠 쿵도 한식에 대해 “아시아 사람들에게 적응하기 쉬운 맛을 지녔다”며 “과감히 정통성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영업 중인 한식당 가운데는 퓨전을 시도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태국에 5개 점포를 가진 한식당 ‘아리랑’은 현지인 취향에 맞춰 야채를 듬뿍 넣은 요리를 내놓고 있다. 조규환 아리랑 사장은 “현지에서 추구하는 맛과 취향에 한식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개인업체의 힘으로는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이미 해외에 진출한 한식당을 업그레이드하는 일도 긴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방콕=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