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행복나래’를 통해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듯 사회적기업이 힘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0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 회관에서 ‘공생발전을 위한 협력적 기업가 정신’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SK그룹과 한국경영학회는 지난 29일과 30일 이 같은 주제의 사회적기업 포럼을 열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포럼에 참석해 잡곡밥에 김치, 전, 계란말이 등이 반찬으로 나온 점심 도시락을 패널들과 함께 먹었다. 사회적기업 활성화라는 취지에 맞게 SK그룹이 지원한 사회적기업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에서 만든 제품이 참석자 전원에게 제공됐다. 축사로 행사를 시작한 최 회장은 8시간가량 진행된 포럼 내내 제일 앞줄에 앉아 이어지는 발표와 토론 내용을 경청했다.

최 회장은 축사를 통해 “사회적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평가한 뒤 투자자에 대한 세금공제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제안한다”며 “사회적기업을 위한 증권 시장이 마련되면 사회적 기업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자본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르면 올해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MBA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며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MBA 과정을 이수하고 스스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면 자금 지원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SK는 연간 2억달러, 올해는 3억달러 이상 쓸 예정이지만 재원을 제대로 투자하는지에 대한 평가 장치와 제도가 없어 투자할 때 가치와 순서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성공한 사회적기업에서 성공의 개념을 측정할 수 있는 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엔 최 회장을 비롯해 유관희 한국경영학회장, 니콜라스 아자르 프랑스 SOS그룹 부회장, 정무성 숭실대 교수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전날인 29일 사회적기업 전문가 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커힐호텔에서 환영만찬 형식으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도 참석했다. 그는 “종전 기업의 사회적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은 ‘responsibility’(책임)라는 단어에서 보듯 자발적 활동이라기보다 의무적인 성격이 강했다”며 “하지만 사회적 문제 해결은 CSR 차원이 아닌 사회적기업과 같은 제3섹터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동적인 생태계가 조성돼야 지속적이고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B20 비즈니스 서밋에서 저개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적기업 설립을 통한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올해 SK그룹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는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래’로 전환했고 사회적기업을 위한 기금 500억원도 조성했다.

이만우 SK그룹 홍보담당 전무는 “앞으로 이 같은 국제 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한 한국형 사회적기업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