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재정건전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미국인들이 건강 관리에 지출하는 금액이 늘어나는 속도가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의료비 증가는 미국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미국 공공 의료보험제도를 관장하는 메디케이드·메디케어 서비스센터(CMS)에 따르면 2009과 2010년 미국인의 의료비 지출은 각각 3.8%, 3.9% 늘어났다. 이는 51년 만의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고 CMS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7.9%에서 증가세가 멈췄다.

의료비 증가율이 떨어진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영향 때문이다. 실업자가 늘면서 기업들이 부담하던 보험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만 가지고 설명하기엔 증가율 둔화폭이 너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료비 지출에 대한 의료기관과 소비자들의 의식 및 행동 변화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 따라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의료비 지출이 예전처럼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세금공제비율이 높으면서 자기부담비율이 큰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랜드코퍼레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보험 가입자가 기존 보험에서 이 상품으로 갈아타면 의료비 지출이 1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품에 가입한 직장인 비율은 2006년 3%에서 지난해 13%로 증가했다.

값비싼 신약 출시가 줄어든 것도 의료비 지출 감소에 기여했다. 저가의 복제약 사용이 늘면서 전반적인 의료비도 줄어들었다. 또 의료기관이 정부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 서비스의 양보다 질로 평가받는 이른바 ‘책임 의료’ 기관이 늘어난 것도 의료비가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환자를 무조건 입원시키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대신 편리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