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하게 휜 장칼의 손잡이 장식이 화려하다. 음각된 금판에 박힌 11개의 다이아몬드도 눈부시다. 날카로운 칼날에는 금 상감으로 아랍어 명문이 새겨져 있다. ‘알라가 술탄 술레이만에게 승리를 선사하리라’라는 찬양 문구다.

16세기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10대 술탄 술레이만 1세가 쓴 이 칼은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영화를 잘 보여주는 문화재다. 술레이만 1세의 칼을 비롯해 터키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터키 수교 55주년을 기념해 1일부터 오는 9월2일까지 기획특별전시관에서 여는 ‘한·터키문명전:이스탄불의 황제들’이다.

앙카라의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터키 이슬람미술관, 톱카프궁 박물관 등 4개 터키 국립박물관 소장 문화재 중 152건 187점을 전시한다. 기원전 3000년께 아나톨리아 고대 문명 시기부터 19세기까지 터키 역사 전반을 훑어볼 수 있는 기회다.

1부에서는 기원전 3000년 터키 아나톨리아 고대 문명의 신화와 전설을 다룬다. 황금의 손을 가졌던 미다스 왕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 물병, 트로이의 목마로 인해 멸망한 트로이 시대의 금 귀고리, 철제 무기를 다루며 강성했던 히타이트 제국의 하투실리 1세의 문서 등이 눈길을 끈다.

2부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등 아름다운 조각상, 3부에서는 동로마 제국의 비잔틴 양식 메달과 성물, 4부에서는 절대 권력자 술탄과 오스만 제국의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톱카프궁 박물관의 보석 터번 장식, 은 커피 향로와 커피 주전자, 보석 장식 커피 잔 받침 등 술탄이 사용했던 것들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