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임원 갈 자린데…책임질 일 피하자"…출자사 지분 매각 '버티기'
#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한국철도공사의 퇴직임원 챙기기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2008년 이후 공사가 운영 중인 12개 민자(民資) 역사에 공사 퇴직자 46명 중 39명이 임원으로 재취업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자지분 매각 대상으로 분류된 롯데역사와 부천역사 역시 철도공사 퇴직 임원들이 계속 몸담고 있다.

# 광해관리공단은 2년 넘게 문경레저타운(18홀 골프장 포함) 보유 지분 40%를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유찰된 사례만 3건.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조건인 데다 골프장 회원권 시세 하락에도 매각 가격을 높게 제시해 투자자들의 구미를 끌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단 현정권 넘기자?

공기업들은 출자회사 지분 정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해 다양한 이유를 대고 있다. 상장한 출자회사 지분의 경우 주가가 빠져 제 값을 받지 못한다며 매각을 차일피일 미루는가 하면, 경영권이 없는 10% 미만의 비(非)상장사 소수 지분은 마땅한 원매자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속사정은 다른 데 있는 경우가 많다. 앞의 사례처럼 출자사를 퇴직 임원의 자리 보전 수단으로 삼기도 하고, 혹시나 모를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각 기관장들이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일단 시간을 두고보자’며 버티기도 한다.

무리한 투자금 회수 욕심에 출자사 지분 매각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는 LG유플러스 지분(7.46%)이다. 한전은 2000년 통신사업을 떼내며 파워콤을 설립했다. 2003년 LG데이콤에 파워콤 경영권을 넘겼지만 지분을 전량 매각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둔 상태다. 파워콤은 현재 LG유플러스에 합병돼 있다. 한전이 가진 지분 가치는 지난 27일 종가(5670원) 기준으로 2177억원가량에 달한다. 한전은 2009년 이후 지분 정리를 모색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전은 현 주가를 웃도는 적정 가격에 팔겠다는 생각이지만 한전이 시장에 팔겠다고 나서면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더 일찍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무조건 매각 서둘러야”

지역난방공사가 가지고 있는 집단에너지 업체 ‘휴세스’의 지분 49% 매각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역난방공사는 “민간 기업인 삼천리와 합작해 만든 이 회사의 사업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해 지분 정리로 큰 수익을 볼 수 없다”며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지분 매각을 하지 않기 위해 철도공사처럼 거꾸로 정부 설득에 나서는 공기업도 있다. 민자역사인 롯데역사와 부천역사에서 매년 나오는 10억~20억원의 배당수익이 짭짤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찌감치 매각 대상으로 정해진 만큼 서둘러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기업의 출자지분 정리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위탁 대상은 현실적으로 자체 매각이 어렵거나 매각 주체의 의지가 낮다고 판단되는 공기업의 출자 지분이다. 3회 이상 유찰됐거나 최근 6개월간 매각이 진행되지 않은 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 12개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20개 지분에 대한 위탁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기업 부채를 줄이려면 이번 정권에서 마무리짓겠다는 생각으로 좀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