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낙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학창시절 수업이 지루해지면 노트 한구석에 뭔가를 끄적거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회의가 한없이 길어지거나 친구와 오랜 시간 전화수다를 떨다보면 무의미한 글과 그림으로 어느새 메모지가 가득 차버리는 일도 적지 않다. 사람이 언제부터 이런 습관을 갖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2010년 영국에서 발견된 17㎝ 크기의 사암조각에는 4500년 전의 낙서가 새겨져 있다. 달팽이 모양으로 음각된 이 문양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한다. 그저 심심풀이로 새겨 놓은 낙서라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낙서로 알려진 이 돌조각으로 미뤄 짐작컨대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낙서를 즐겼던 모양이다. 종이나 펜과 같은 필기도구를 발명하기 훨씬 전에도 돌 등을 이용해 어딘가에 뭔가를 적거나 그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IT 기기의 눈부신 발달로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낙서와 멀어지게 됐다. 우리의 손이 연필이나 펜을 잡기보다는 키보드 위에 올려져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 탓이다. 더욱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기기까지 대중화되면서 점점 더 낙서할 일은 줄어들고 있다.
그런 요즘 직원들에게 낙서를 권하는 회사가 하나둘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돈을 위한 낙서’(Doodling for Dollars)라는 기사에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낙서로 적거나 그림으로 그리도록 직원들에게 권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내에 칠판이나 메모판 등을 설치하거나 아예 벽 전체를 낙서판으로 만드는 회사도 있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페이스북의 사무실 바닥과 기둥에 스프레이 낙서가 즐비하고 벽면은 그 자체가 커다란 낙서장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대로다. 재미있는 건 낙서를 권하는 기업 중에는 페이스북처럼 유독 IT 관련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낙서를 몰아내는 데 1등 공신이었던 기업들이 이제는 거꾸로 이를 장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유는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회사 이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도 좋다. 딱딱한 문서에 비해 자신의 생각을 동료들에게 쉽게 전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프레젠테이션 때도 파워포인트보다는 화이트보드에 직접 펜으로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디지털에 밀리기만 하던 아날로그의 조용한, 그러나 분명한 복권인 셈이다. 누가 알겠는가. 하얀 가루 펄펄 날리는 분필과 흑연 냄새 아련한 연필이 다시 우리 주변을 점령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낙서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IT 기기의 눈부신 발달로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낙서와 멀어지게 됐다. 우리의 손이 연필이나 펜을 잡기보다는 키보드 위에 올려져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 탓이다. 더욱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기기까지 대중화되면서 점점 더 낙서할 일은 줄어들고 있다.
그런 요즘 직원들에게 낙서를 권하는 회사가 하나둘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돈을 위한 낙서’(Doodling for Dollars)라는 기사에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낙서로 적거나 그림으로 그리도록 직원들에게 권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내에 칠판이나 메모판 등을 설치하거나 아예 벽 전체를 낙서판으로 만드는 회사도 있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페이스북의 사무실 바닥과 기둥에 스프레이 낙서가 즐비하고 벽면은 그 자체가 커다란 낙서장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대로다. 재미있는 건 낙서를 권하는 기업 중에는 페이스북처럼 유독 IT 관련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낙서를 몰아내는 데 1등 공신이었던 기업들이 이제는 거꾸로 이를 장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유는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회사 이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도 좋다. 딱딱한 문서에 비해 자신의 생각을 동료들에게 쉽게 전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프레젠테이션 때도 파워포인트보다는 화이트보드에 직접 펜으로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디지털에 밀리기만 하던 아날로그의 조용한, 그러나 분명한 복권인 셈이다. 누가 알겠는가. 하얀 가루 펄펄 날리는 분필과 흑연 냄새 아련한 연필이 다시 우리 주변을 점령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낙서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