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소고기 검역 중단을 검토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청와대는 사실 무근이라고 공식 부인했지만 분명 청와대 누군가의 입에서 ‘검토’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가 확보될 때까지 검역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적 진실은 뒤로 한 채 정부 여당까지 광우병 문제를 여론에 따라 처리하려는 대중추수적 이슈로 가져가려는 모습이다.

이미 미국산 소고기 수입 중단이 한·미 FTA반대라는 레토릭과 동의어가 된 지 오래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4년 전 촛불시위를 재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불안과 공포를 조장해 한철 장사를 해보겠다는 미친 군상들이다. 4년 전 광우병 소동의 트라우마를 지금도 온전히 안고 있는 한국 사회다. 벌써 인터넷에선 당시에 회자되던 온갖 괴담들이 다시 등장했다. 한국인 유전자가 인간 광우병 환자의 유전자와 94%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도 다시 모습을 보인다. 프리온은 600도 이상의 고열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불사의 병원균이라든지 키스만 해도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풍문이 유령처럼 떠돌았던 4년 전이다. 그 프레임을 온전히 청산하지 못한 게 이명박 정부다. 광우병과 한국인 유전자 논문을 썼다는 학자가 학계에서 퇴출당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괴담을 전파했던 주범을 벌주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정부는 시민단체와 함께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하겠다고 또 항복노선으로 가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뼈없는 소고기 수입이란 조건을 달아놓고 육안검사까지 해가면서 뼈도 아닌 뼛조각을 걸고 넘어졌던 한국 정부였다.

[사설] 청와대는 또 뒷산에 올라 노래를 부를 것인가
영국에서 프리온 함유 사료를 수입한 나라가 일본과 한국이었다. 일본에서 전수조사를 한 결과 21마리가 광우병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0마리였다. 광우병 조사를 한 적도 없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던 거다. 그런 나라가 10년짜리 늙은 소에서 생긴 돌연변이 광우병을 놓고 또 난리법석을 피울 태세다. 원시 부두교의 나라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소동 당시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 노래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국민들을 편하게 모시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비겁한 권력은 폭도 아닌 일반 국민을 불행으로 인도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한번이라도 원칙대로 일하는 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