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7일 “유럽연합(EU) 25개국이 재정위기 대책으로 합의한 신재정협약은 재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신재정협약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사회당 대선후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긴축정책을 둘러싸고 독일과 프랑스 차기 대권 유력주자 사이에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이날 “메르켈 총리가 신재정협약 재협상론과 관련해 올랑드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공격했다”며 “프랑스 대선을 열흘 앞두고 이웃 프랑스 선거에 직접 개입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WAZ미디어그룹과 가진 인터뷰에서 “신재정협약은 절대로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유럽 25개국 정부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기로 공개적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협약을 지키는 것은 독일과 프랑스 양국에 주어진 의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가 신재정협약 재협상론과 관련해 ‘불가’ 방침을 분명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올랑드 후보는 “긴축정책 위주로 만들어진 신재정협약으로는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성장정책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신재정협약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전체의 운명을 독일이 결정해선 안 된다”는 올랑드 후보의 공격에 대해 “독일의 정책 결정은 독일에 적용될 뿐 유럽 전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발언에 대해 “올랑드가 독일로부터 재정위기 해결의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시도에 메르켈이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올랑드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유로존 전역에서 신재정협약 재협상 목소리가 잇따라 분출될 것을 우려한 사전조치”라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