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의 연령이 열 살을 넘은 데다 사료가 아닌 비정형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에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검역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아 광우병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미국 정부 측이 보내온 답변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국내에서 수입하는 소고기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미국의 젖소 한 마리에서 광우병 발생이 확인된 지난 25일 미국에 12개 문항으로 이뤄진 질의서를 보냈으며 이 중 일부 답변이 돌아왔다.

서 장관은 미국산 수입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근거로 △광우병 젖소의 나이가 10년7개월인 점 △감염성이 낮은 비정형 광우병인 점 △미국에서도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2008년 미국과 합의한 ‘소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현재 국내에는 30개월 미만 소고기 중 뇌 척수 등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제품만 들어오고 있다.

정부는 다만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검역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통관 직전 소고기 ‘개봉검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사건 발생 직후 개봉검사 비율을 기존 3%에서 두 차례에 걸쳐 30%로 늘렸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경남도당에서 열린 ‘경남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국민의 위생과 안전보다 무역마찰을 피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역학조사를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검역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종 분석 결과 조금이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면 수입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비정형 광우병(BSE)

오염된 동물성 사료가 아닌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광우병을 일컫는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19만건의 광우병 중 65건만 해당될 정도로 극소수 소에서 발견됐다. 반면 정형 광우병은 같은 사료를 먹은 소가 동시에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더 위험한 것으로 판단된다.


서보미/이태훈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