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원-58조원-72조원-82조원.’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공기업 재무 현황을 공개하면서 발표한 한국전력의 2010년 부채는 33조3511억원이다. 그러나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 방식을 적용해 2011년 부채를 집계한 결과 82조6639억원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한전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불과 1년 만에 부채가 2.5배나 늘어났을까.

원인은 한전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6개 발전 자회사들에 있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공기업 부채를 한국회계기준(K-GAPP)에 따라 산정하고 발표했다. 발전 자회사들의 부채는 ‘공식적으로는’ 한전의 빚으로 계산하지 않고 개별 재무제표에 나와 있는 부채 33조원만 달랑 발표한 것이다.

문제는 발전 자회사 하나가 웬만한 공기업을 능가하는 ‘매머드급’이라는 것. 2010년 기준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채는 15조4000억원으로 석유공사와 맞먹는다. 남동, 동서, 서부, 남부, 중부 등 지역별로 나뉘어 설립된 5개 발전 자회사들의 부채 합계만 12조원을 넘는다.

개별 재무제표상의 부채 33조원과 6개 발전 자회사의 부채 27조원을 단순히 더하더라도 지난해 한전의 실질적인 부채는 60조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IFRS를 적용, 자산 재평가에 따른 이연법인세와 공사 부담금 등을 부채로 인식하면서 한전 자체의 부채가 14조원이나 늘었다. 그 결과 33조원이던 부채가 72조원으로 둔갑한 것이다.

정부도 한전의 부채 급증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공기업들의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 증가가 3조원 안팎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한전의 부채 변동폭이 비상식적으로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부는 지난해 공기업 회계기준을 IFRS로 변경하면서 그동안 공기업에서 제외시켰던 발전 자회사 6곳을 뒤늦게 공기업 리스트에 추가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