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기 어려운 병에 걸렸을 때 의학을 제대로 공부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은 대체로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이럴 때 엉터리 민간요법이나 사이비 돌팔이 의사의 감언이설에 사람들은 더 쉽게 현혹된다.

경제가 어려울 때도 마찬가지다. 경제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든지, 경제학자들이 말 못하는 무슨 비밀이 있다든지, 당신이 어려운 것은 남들 탓이라든지 하는 감언이설과 괴담에 사람들은 솔깃해진다. 그러나 경제문제도 사람 건강과 마찬가지로 묘방이나 왕도가 없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자 국내에서도 때맞춰 많은 경제 관련 서적이 출간됐다. 올바른 정보와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도 있지만 일부 경제 서적은 경제학계의 확립된 정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위험스러운 결론을 내리고 있는 책도 있다. 특히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쑹훙빈의 《화폐전쟁》이 그런 책이다. 잘못된 정보와 편향된 분석에 근거한 경제 서적은 자칫 여론과 정책을 오도해서 경제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우려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학계에서 인정받는 주류경제학자들이 이 두 경제서적에 대해 검증과 비판을 시도한 책이 바로 《한국경제를 위한 국제무역 금융현상의 올바른 이해》다. 책 이름은 다소 무미건조하지만 그 내용은 제목대로 그 책들에 의해 시장개방, 경제성장, 금융위기에 대해 잘못 알려진 현상에 대한 주류경제학자들의 대응을 담고 있다.

경제학계에서 확립된 과학적 결론을 부정하고 ‘그들’이 잘못됐다고 외치면 일반인에게 솔깃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경제학계 입장에서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자기들끼리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들이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명제는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자유무역과 개방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보호무역과 유치산업 보호는 경제 침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특정 이념이나 경제사상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제학자가 오랜 기간 축적된 자료와 분석을 근거로 학계의 검증을 거쳐 확립된 학술적 진리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 시장개방은 계속돼야 하고, 보호주의적 태도를 부추기는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들은 무역과 경제 성장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이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장 교수가 제시하고 있는 사례들이 왜 잘못된 것인지, 그의 주장이 왜 과학적으로 견고하지 못하고 자의적인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은 쑹의 《화폐전쟁》에 대해서도 따끔한 비판을 날리고 있다. 이 책은 그나마 경제학적인 분석도 없고 사실관계도 증명하지 않았으며 저자의 상상에 근거해 쓴 책이기 때문에 경제 서적이라기보다는 무협지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평가한다. 17세기 이후 오늘날까지 주기적으로 발생한 버블과 금융위기의 배경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금융위기가 국제금융자본의 음모에 기인한다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주장은 경제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을 현혹시킬 뿐이다. 이 책은 최근 관심을 모았던 두 경제서적의 이단적 주장에 대해 주류경제학자들이 일반 독자를 위해 내놓은 대응이자 비판이다. 경제현상을 과학과 논리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종석 < 홍익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