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수출 둔화와 가계부채 부실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빠른 경기 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CSI 4개월 연속 상승

삶은 팍팍한데…소비심리는 11개월來 최고
한국은행은 4월 CSI는 104로 전달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고 25일 발표했다. 4개월 연속 상승으로 작년 5월(10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CSI가 100을 넘으면 6개월 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나쁘게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크게 좋아졌다. 향후 경기전망 CSI는 90으로 전달보다 8포인트 상승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 경기판단 CSI도 77로 전달보다 7포인트 올랐다. 현재 생활형편이나 생활형편 전망 CSI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혔다기보다는 작년 4분기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앞으로 경기가 조금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물가수준 전망 CSI는 137로 4포인트 하락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8%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작년 2월(3.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2%대로 떨어진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로 201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대로 진입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나고 있다. 실물경기를 보여주는 1~2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도 전달 대비 상승세를 보이면서 작년 하반기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을 찍고 돌아서더라도 회복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간 부문 자생력 회복 중요

이날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 둔화와 물가 불안, 가계부채, 금융 불안 등 4대 불안 요인으로 인해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여전히 취약해 빠른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올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에 그쳤다. 작년 4분기 증가율(9%)에 크게 못 미친다. 연구소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데다 엔화 강세 종료, 작년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 소멸, 신흥시장에서 경쟁 격화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부채 역시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예금취급기관 대출이 2조4000억원 감소했으나 기존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한은도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 부채’ 보고서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상환 비율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당초 작년 12월 말 경제전망 때 3.7%로 내다봤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낮췄다.

연구소는 이어 물가 역시 상승률은 낮아지지만 절대 수준 자체가 높고 글로벌 금융 불안도 간헐적으로 발생해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 증가세 유지와 민간 소비 부진 탈피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며 “국내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하지 않도록 취약한 민간의 자생력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