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시 펑타이(豊台)구 롄화츠(蓮花池) 지역에 있는 한 충전소. 9002번 시내버스가 푸른색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네 명의 작업원들이 기계를 조작해 버스에서 대형 배터리를 꺼냈다. 충전해 둔 10개의 새 배터리로 교환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버스는 노선인 창안(長安)대로를 향해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중국 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 버스 충전소의 모습이다.

한·중 수교 20주년(8월24일)을 맞아 21세기 한·중교류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중국 국무원이 중국의 저탄소·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주제로 공동 취재를 기획했다. 한국에서는 한국경제 등 9개 신문사, 중국에서는 인민일보 등 8개 신문사가 참여했다.

◆속도 내는 친환경 전기차 사업

베이징시는 2008년부터 전기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전체 시내버스 2만1000대 중 전기차는 100대로 아직은 시범 단계다. 하지만 연말까지 400대를 추가 투입하고 매년 순차적으로 운행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충전사업소의 쑨윈강(孫運剛) 부총공정사는 “한 번 충전에 130㎞를 달릴 수 있다”며 “배기가스가 없는 것은 물론 승차감도 좋다”고 소개했다. 배터리 한 개의 무게가 200㎏에 달하고 가격이 개당 6만위안(1000만원)으로 비싼 것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베이징시는 지난해 전기 택시도 도입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싱(大興)구에 있는 베이징 신에너지자동차는 연 2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린이(林逸) 사장은 “중국 내 전기차 공장 중 최대 규모”라며 “2015년까지 생산능력을 연 15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사업 외에도 베이징시는 오염 유발 산업의 구조조정과 퇴출, 서비스산업 육성, 신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야오페이(姚飛) 베이징시 발전개발위원회 부주임은 “철강 화학 섬유 등 전통 산업의 경우 오염물질 배출 규정을 위반하면 퇴출시킨다”며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옮기더라도 일정 수준의 오염 방지 설비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탄소 시범단지 적극 지원

베이징 도심에서 서북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30분가량 달리면 나오는 작은 마을인 루두허(六渡河)촌. 주부 류진잉(劉金英) 씨가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스레인지에서 파란 불꽃이 올라왔다. 이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메탄가스가 연료다. 이 지역에 흔한 밤송이와 옥수숫대를 태워서 얻는다. 마을에 세운 공장에서 하루 생산하는 가스량은 270㎥. 지하 파이프를 통해 220가구에 공급된다. 류씨는 “액화석유가스(LPG)에 비해 연료비가 70%나 줄었다”며 “지붕엔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난방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루두허촌 공산당 서기인 왕푸쿤(王富坤) 씨는 “마을 특산물인 밤과 옥수수 부산물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와 사업을 추진했다”며 “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작년 8월부터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시는 루두허촌 등 20여개 마을을 저탄소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